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부랴부랴 자사 어플리케이션을 뜯어 고치고 있다. 이달 말부터 시행되는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국 기술기업들이 다음주부터 서방 사상 최대의 규제 확대인 새 EU(유럽연합) 기술규제의 영향을 받게 된다"고 보도했다.
DMA는 빅테크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이다. 규제 대상 기업의 플랫과 3자 서비스가 상호 운용되도록 허용해야 하고, 플랫폼 자체 제공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규정을 위반할 경우 총 매출의 최대 20%를 벌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구글을 산하에 보유한 알파벳,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틱톡의 모기업), 페이스북, 메타, MS, 삼성전자 등 7개 사가 규제 대상인 게이트키퍼로 선정됐다.
테크기업들은 자사 플랫폼을 긴급히 수정하고 있다. 구글은 사용자가 스마트폰 인터넷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사 브라우저인 크롬을 무조건 사용하게 한 기존 방식이 DMA 규제에 걸릴 수 있어서다.
애플은 사용자가 앱스토어 밖에서도 어플케이션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마존은 외부 판매자에 대한 정보량을 늘릴 예정이며 메타는 사용자 콘텐츠가 다른 사용자에게 덜 보이게 되는 경우 이를 당사자에게 알리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도구를 갖추고 있다. 이 중 일부는 8월 말부터 바로 시행된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 시장에만 적용되지만, 전체 플랫폼 시장에 막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른 권역에서도 DMA를 기준으로 플랫폼 규제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틴 후소벡 런던정경대학 법학 부교수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빅테크들이 서비스를 설계하고, 규칙을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독점권을 잃고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기술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위저는 DMA를 1933년 미국에 도입된 은행규제법인 '글래스-스티걸법'에 빗대며 "규제 무풍지대에 있던 빅테크 기업들이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됐다"고 짚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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