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처리수 해양방류 결정 직후 美·캐나다 반응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3-08-22 06:39   수정 2023-08-22 08:25


오염수 방류 직전 후쿠시마 원전 들어가보니(上)에서 계속

지난달 21일 기자는 도쿄전력홀딩스와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의 초청으로 후쿠시마제1원전 내부를 방문했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오염처리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과정을 모두 공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2일 관계 부처 회의를 열어 오는 24일부터 오염처리수의 해양 방류 개시를 결정할 계획이다.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된 오염처리수는 해류를 따라 먼저 미국과 캐나다의 서해안으로 흘러들어간다. 미국과 캐나다의 반응은 어떨까. 일본 정부가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한 건 2년 전인 2021년 4월13일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바로 다음날인 2021년 4월14일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과 일본산 식료품 샘플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처리수가 바다에 방류되더라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식품과 미국의 해안에서 잡히는 해산물을 포함한 미국산 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염처리수가 방류 되기도 전에 미국 정부가 즉각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자국산 농수산물에 미칠지도 모르는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미국의 중요한 수출산업인 농수산물에 대한 국제사회의 방사능 오염 우려를 사전 차단했다는 것이다. 오염처리수 방류를 앞두고 한국의 수산물 업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과 대조적이다.


후쿠시마 원전 시찰 가운데 유일하게 긴장감이 흘렀던 장소가 폭발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1~4호기를 내려다볼 수 있는 데크였다. 이 곳만큼은 방사선량이 61마이크로시벨트(1시간 동안 노출되는 방사선량) 까지 치솟았다. 취재진이 데크에 머물 수 있는 시간도 20분간만 주어졌다.


방사선을 차단하기 위해 도쿄전력은 1~4호기 주변을 전부 콘크리트로 덮었다. 가장 심각한 폭발을 일으킨 1호기는 원자로 뚜껑이 폭발로 날아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2호기는 가설 커버를 씌운 상태였다.

원자로 데크에 서 보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입장에서 처리수 방류는 끝이 아니라 끝의 시작일 뿐이라는걸 실감하게 된다.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부지를 완전히 폐쇄할 계획이다. 그러자면 사고 당시 녹아내려서 엉겨붙은 고농도 방사선 찌꺼기인 데브리를 제거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2041~2051년 폐로작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1~3호기 내부에 데브리가 어디에 얼마나 남아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데브리 제거작업에만 30~4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11조엔(약 100조원)으로 예상했던 사고처리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7년 5월 사고처리 비용 예상액을 22조엔으로 두배 늘렸다. 일부에서는 100조엔이 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하는 액수다.


오염처리수 방류의 정당성을 외신 기자들에게 홍보하려는 목적이었던 만큼 이날 방문 내내 도쿄전력은 안전성과 투명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최종 보관 탱크와 희석을 마친 상류수조의 처리수 농도를 매일 분석해서 공개한다고 강조했다.

방류가 주변 해역에 미치는 영향도 방류 기간 내내 모니터링해 도쿄전력 홈페이지와 포괄적해역모니터링열람시스템(ORBS)을 통해 공개한다고 했다. 이날 취재진이 105분 머무른 동안 피폭량은 0.01밀리시벨트였다. 치과에서 구강 엑스레이를 1회 찍는 것과 같은 양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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