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초저금리는 한동안 되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거시 경제가 균형을 이루는 '중립금리'가 고물가와 미국 정부의 지출 확대 등의 영향으로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래리 서머스 "연 1.5~2% 중립금리 유지될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일부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치인 2%로 회복되더라도 금리가 2020년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른바 '중립금리'가 그 핵심"이라고 전했다.중립금리는 경제가 과열되거나 침체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달성하는 금리를 말한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레 형성되는 금리이기도 하다. 이 중립금리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때보다 올라 0%대 기준금리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게 학자들의 진단이다.
중립금리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Fed가 연 5.25~5.5%의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데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되는 등 경제가 탄력성 있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 재무장관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명예교수(사진)는 지난 3월 중립금리를 근거로 2020년대를 고금리 시대로 내다봤다. 그는 당시 피터슨국제연구소가 주최한 대담에서 "앞으로 인플레이션 수준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2020년대의) 중립금리는 연 1.5~2,0%로 오를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더하면 실질금리가 연 4%대일 때 이상적이고 편안한 경제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Fed 내에서도 지난해보다 미세하나마 중립금리가 높아졌다고 보는 변화가 관측된다. Fed 위원 17명은 매 분기 장기금리 추정치를 발표하는데, 이는 잠재성장률이 유지되는 금리를 뜻한다. 사실상 중립금리인 셈이다.
지난 6월 장기금리 추정치 중앙값은 연 2.5%로, 여기에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빼면 실질 중립금리는 연 0.5%로 집계된다. 이 중 위원 17명 중 7명이 연 0.5%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고 3명은 밑돌 것으로 봤다. 1년 전에는 8명이 연 0.5% 미만, 2명이 그 이상으로 추정했다.
"중립금리 낮아질 것"이라던 존 윌리엄스 "서프라이즈 있을수도"
경제학자들은 중립금리가 오르는 주요 원인을 미국 정부의 지출 확대에서 찾고 있다.정부 지출의 대표 사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다. 정부가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을 지원해 생산시설을 유치한 결과 일자리와 소비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서머스 교수는 10년 전 인구증가, 불평등, 투자 기회 부족 등으로 과잉 저축이 발생해 중립금리가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최근 입장을 바꿨다. 재정 적자 증가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등으로 인해 중립금리가 올랐다는 것이다. 뱅가드 수석 글로벌이코노미스트인 조셉 데이비스는 공공 부채 증가로 실질중립금리가 연 1.5%까지 올랐다고 추정했다.
이 외에도 노후를 위해 저축하던 은퇴자들이 소비를 늘리기 시작하고,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발견된 점도 중립금리 상승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인구 고령화와 미미한 생산성 증가로 인해 미국의 실질 중립금리가 향후 수십년 동안 연 1% 미만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글로벌 노동력의 고령화와 저축 증가, 자본 집약도를 낮추는 기술 변화 등으로 인해 중립금리가 팬데믹 이전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최근 Fed 컨퍼런스에서 중립금리를 인상하는 서프라이즈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객관적 수치가 아닌 중립금리에 근거해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립금리가 무엇이고 실질금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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