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관계로 알려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또 한 번 충돌했다. '채널A 사건'과 '한 장관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악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날도 노골적인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법사위 현안 질의에서 최 의원은 한 장관에게 검찰 업무추진비에 관해 질의하던 중 한 장관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았다. 최 의원은 답변을 요구한 한 장관이 "답변할 기회를 안 주는데 답변을 해보라면 어떡하냐"고 하자 "그러니까 자꾸 깐죽거린다는 소리 듣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한 장관은 표정을 찌푸리며 "깐죽거린다는 말을 직접 하는 정도는 좀 심하지 않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최 의원은 "그동안 (한 장관이) 답변하면서 맨날 '반말하지 마세요'라고 얘기하는데, 깐죽거리지 말라. 그러니까 자꾸 반말 듣는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김도은 법사위원장에게 "이거는 항의를 드릴 수밖에 없다. 사과하지 않으면 답변하지 않겠다"고 마이크를 손으로 밀어냈다. 이어 최 의원이 "제발 좀 태도를 무겁게 가지길 바란다"고 하자 한 장관은 "최 의원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진짜 이상하다"고 맞받았다.
한 장관의 말에 최 의원은 "저렇게 꼭 하여튼, 그게 국무위원의 태도냐"고 했다. 한 장관이 "그럼 그게 국회의원의 태도냐"고 되묻자 최 의원은 "그럼 국회의원으로서 정부 책임자에게 묻고 있는데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자꾸 깐죽거리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한 장관은 "국회의원이 갑질하자고 앉아있는 자리가 아니다. 갑질을 하면서 자기 막말을 하는 권한이 있다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격앙된 상태에서 현안 질의를 이어갔다.
여야 의원들도 각각 한 장관과 최 의원의 입장에 서서 가세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깐죽거린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은 국민들이 지켜보는데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국회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최 의원을 지적했다. 반면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의원 질의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계속 본인의 말을 하는 과정은 제가 봐도 정상적인 질의·답변 과정이 아니다"라고 한 장관을 비판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채널A 사건 등으로 생긴 두 사람의 악연이 잇따른 설전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 의원은 2020년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건네줬다고 하라'고 했다는 내용의 글을 써 명예훼손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장관은 이 사건에 따른 검언유착 의혹으로 2년여간 수사를 받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한 장관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최 의원의 휴대폰과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최 의원이 개인정보 유출에 연루됐다는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압수수색이었다. 최 의원은 당시 "너무 황당한 일이고 어이가 없다"며 "이런 식으로 장난질 치는 것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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