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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3대 동력으로 손꼽히는 ‘투자·소비·수출’이 모두 부진의 늪에 빠졌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소비 부진과 부동산 위기가 겹친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공포로 신음하고 있다. 오랜 기간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는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동부유론에 곳간 잠근 기업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문을 연 1978년 이후 중국의 경제 성장은 눈부셨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덩치를 키웠다.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사진)의 집권 이후 중국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권력 승계 원칙을 깨고 장기 집권에 시동을 건 시 주석의 신체제가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회주의 근본이념에 몰두한 시 주석의 철권 통치가 중국의 45년 호황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 주석이 ‘다 같이 잘살자’는 공동부유론을 주창하면서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크게 축소됐다. 부동산·플랫폼·사교육 산업이 주요 타깃이 됐는데,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또 권력 집중의 도구로 활용된 대규모 부패척결 수사는 중국 부유층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계기가 됐다. 그 과정에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성장 엔진의 한 축이 꺼졌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소비·수출 부진으로 드러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지난 7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이미 20%를 넘은 청년실업률은 매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수출도 빨간불이다. 7월에 전년 동기 대비 14.5% 줄었다. 중국 경제의 삼두마차가 모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전망도 우울한 중국
복합위기에 빠진 중국이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는 사이 글로벌 기관들은 잇따라 중국 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향후 몇 년간 4% 미만을 기록하는 등 중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속도라면 2020년 시 주석이 “2035년까지 중국 경제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한 약속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무엇보다 비구이위안 사태에서 드러난 중국 부동산 위기에 대한 우려가 크다. 중국 사우스웨스턴금융경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데이터인 2018년 기준 중국 도시 아파트의 약 20%, 최소 1억3000만 가구가 비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무리한 인프라 투자로 경기를 부양해온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그림자 금융을 통해 숨겨진 부채를 포함해 중국 지방정부의 총부채가 23조달러(약 3경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자산 가격 회복 절실
지난 4월 말 기준 중국 은행에 예치된 자금은 28조위안에 달한다. 2020년 15조위안에서 3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예금이 증가한 것이다. 공동부유론으로 촉발된 불안감에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돈을 은행에 쟁여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 등 자산 가격 회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장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은행 예금보다 더 높은 기대수익률을 보일 수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며 “부양책을 통한 경기 부양이 이뤄지면 은행 예금은 실물로 흘러 들어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자산 가격 회복에 실패하면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 일본의 ‘대차대조표 불황’ 이론을 정립한 리처드 쿠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6월 중국 증권사 전략회의에 참석해 “중국 정책 결정권자들이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자산 가격을 회복시키지 못하면 불황 탈출이 어렵다는 의미다.
베이징=이지훈/뉴욕=박신영 특파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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