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30%의 고속 성장을 이어온 분야가 있다. 해상풍력발전 시장이다. 여러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해상풍력발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넓은 부지가 필요한 재생에너지 특성상 새롭게 생겨나는 발전 부지는 전력 수요지와 거리가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 기회가 됐다. 육지가 아닌 바다로 눈을 돌릴 경우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해상풍력발전은 좁은 면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상풍력, 태양광발전의 경우 인근 지역 주민의 다양한 민원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업계에서 ‘해상풍력의 계절이 오고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이 해상풍력발전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배경과 투자 매력도를 살펴봤다.
전 세계로 확산하는 해상풍력 바람
해상풍력발전은 이미 2020년부터 업계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각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 존재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증권가에선 해상풍력을 두고 ‘글로벌 그린뉴딜의 핵심 수혜 업종’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태양광 관련 업체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것과 달리 해상풍력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바닷속에 설비를 설치하는 일부터 해저 케이블, 해상풍력터빈 등을 개발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다. 대신 기술 수준이 발전하면서 시장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다.
실제로 좁은 면적에서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풍력발전의 발목을 잡아온 것은 높은 생산원가였다. 설계·설치·운용 비용이 높다 보니 많은 전기를 생산해도 단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이 점차 좋아지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상풍력은 재생에너지 중 가장 좁은 면적에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많이 생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탄소 에너지원”이라며 “대형 터빈 등 기술발전과 프로젝트 규모 증가로 해상풍력발전단가가 하락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수요도 빠르게 증가해 2025년 이후 성장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로 작년 말부터 해상풍력발전이 고속 성장기에 진입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터빈 메이커들은 판매 단가 인상을 시작했고, 러시아발 전쟁 여파로 유럽에서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보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곳곳에서 해상풍력 시장의 핑크빛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 연구 기관인 블룸버그NEF는 2030년까지 글로벌 풍력 시장(중국 제외)이 연평균 9.6%씩 성장하고, 특히 해상풍력 시장은 같은 기간 연평균 25.7%의 고속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정체된 유럽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히며, 각국 정부가 해상풍력발전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해상풍력발전 사업으로는 유명하지 않던 미국도 뛰어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해상풍력발전 단지 개발을 목표로 2030년까지 30GW, 2050년까지 110GW 규모를 제시했다. 미국 정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6년 이전에 건설을 시작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30%의 세금공제를 적용한다. 이 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도 있다. 대만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2035년까지 20.5GW 규모 해상풍력발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커지는 국내시장…수혜주는?
국내 해상풍력 시장도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울산에 6GW, 남해안에 4GW, 서남해안에 4.6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 전남 영광군 안마 해상풍력 발전사업(532MW)의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돼 올 하반기 기자재 발주가 이뤄질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부터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도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발전사업 허가가 마무리됐고, 부유식 해상풍력을 활용하는 원해까지 포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요 터빈 제조사로 지멘스 가메사, 베스타스와 함께 두산에너빌리티를 추천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해상풍력 관련 테마의 투자가치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이투자증권은 해상풍력 시장 성장 수혜주로 LS, SK오션플랜트, HD현대일렉트릭, 씨에스베어링을 꼽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계열사 글로벌X는 지난 2월 유럽에서 풍력 ETF(Global X Wind Energy UCITS ETF, 티커명 WINDY)를 상장했다. 글로벌X 풍력 ETF는 솔렉티브 풍력 지수(Solactive Wind Energy v2 index)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풍력 시스템, 풍력 생산, 풍력 기술, 풍력 유지·관리 등과 관련한 기업에 투자한다. 전 세계 다양한 풍력업체를 담고 있는 퍼스트 트러스트 글로벌 윈드 에너지 ETF(First Trust Global Wind Energy, 티커명 FAN)도 대표적 투자처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올 하반기 투자 키워드를 랠리(rally)로 제시하며, 그 첫 번째로 풍력이 포함된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를 꼽았다. 추천 상품으로 제시한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의 경우 해상풍력과 관련한 SK오션플랜트, 씨에스윈드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해상풍력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도 시장 확대를 기대하는 요소라고 평가한다. 실제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지난 6월 덴마크 해상풍력 기업 셈코 마리타임으로부터 총 792억원 규모의 해상 변전소용 변압기 및 기자재를 수주하며 새로운 물꼬를 텄다는 평을 받았다. 세아제강도 해상풍력 핀파일 물량이 늘어나며 2018년 기업 분할 이후 역대 최고 매출액을 기록할 만큼 해상풍력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회사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증시 약세, 금리 움직임 등에 따라 풍력발전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좌우될 수 있지만 본격 성장 궤도에 오른 해상풍력발전과 관련한 기업을 주가 조정기에 장기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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