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3일 07: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상장회사의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및 재무구조(Corporate Finance)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 중의 하나가 상장회사 자기주식에 대한 규제 문제이다.
상장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은 배당과 함께 상장회사의 중요한 주주환원 및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서 강조되고 있고, 최근에는 기관투자자, 행동주의펀드, 소액주주연대 등 각종 소수주주 및 자본시장 투자자들의 상장회사에 대한 적극적인 자기주식 취득 및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상법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상으로도 상장회사 배당가능이익 규제 및 내부자 거래 등 불공정거래 금지 등의 관점에서 자기주식 취득 및 처분의 의사결정 절차, 공시, 실제 거래절차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를 두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규제 외에도 보다 근본적으로 상장회사 자기주식의 본질에 대해서 일종의 자본의 환급 내지 자본조정 항목으로서 미발행주식으로 보는 견해와 시장에서 처분하여 즉시 환가가 가능한 증권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여 회사의 개별적 자산으로서 보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상장회사 회계 기준 상으로는 자기주식을 자본의 환급으로 처리하여 자산이 아니라 자본조정 항목으로 재무제표에 표시하고 있고, 반면에 세법 상 처분과 관련해서는 대법원 1992. 9. 8. 선고 91누13670 판결 등 다수 판례에서 자기주식은 양도성과 자산성에 있어서 다른 주식회사가 발행한 주식과의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자기주식의 취득과 처분은 순자산을 증감시키는 거래임에 틀림이 없고, 법인세법도 이를 손익거래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그것은 과세처분의 대상이 되는 자산의 손익거래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러한 자기주식의 본질에 대한 견해의 대립에 따라서 ㄱ) 자기주식을 기업의 규모를 상징하는 시가총액에 포함하여야 하는지 여부,ㄴ) 자기주식의 처분 시에 신주발행과 동일하게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보장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자산의 처분과 동일하게 경영진이 그 처분 상대방 및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지 여부, ㄷ) 분할, 합병, 분할합병 등 구조개편 거래에 있어서 자기주식에 대해서도 위 거래의 대가로서 신주를 배정하여 발행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이 상당한 논란이 되어 왔다.
자기주식을 자산으로 본다면 ㄱ)의 경우 시가총액에도 발행된 주식으로서의 자산성을 인정하여 자기주식이 포함이 되어야 하고, ㄴ)의 경우 자기주식 처분은 신주발행과 다르므로 주주의 신주인수권 보장 및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의 제한이 적용되지 않고, 3)의 경우 분할, 합병, 분할합병 등 구조개편 거래에 있어서 자기주식에 대해서도 위 거래의 대가로서 신주를 배정하여 발행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자기주식을 미발행주식으로 본다면 자기주식 취득 시점에 자본의 환급으로 더 이상 그 실질이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되는 것이므로, ㄱ) 시가총액에서도 제외되고, ㄴ) 자기주식의 처분은 실질상 새로운 신주의 발행과 동일하게 취급되어서 특정 제3자에게 이를 매각하는 것이 제한되고, ㄷ) 분할, 합병, 분할합병 등에 있어서도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배정은 허용되기 어렵다고 볼 여지가 있다.
실무적으로도 위 문제는 실제 사안에서 상당히 자주 문제되어 왔다. 자기주식의 처분과 관련하여 특히 소수주주의 주주총회 안건 반대 및 의결권 경쟁을 포함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지배주주 및 경영진이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서 자신들을 지지하는 투자자(소위 White Knight)에게 주식을 매각하는 사안에서 이를 저지하거나 그 의결권을 금지하기 위한 가처분 등이 법원에 제기된 사례가 많았고, 이에 대해서 하급심 법원에서는 위 양측 입장을 취한 판례가 모두 존재하여 시장의 예측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신주발행의 경우에는 제3자 배정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정관의 근거 규정 및 회사의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특히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우호적 투자자에게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을 하는 것은 무효라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판례여서, 자기주식을 미발행주식으로 보아서 자기주식 처분은 실질상 신주발행과 동일하므로 위와 같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의 우호적 투자자에 대한 자기주식 처분은 무효라는 주장이 소수주주 등으로부터 상당히 제기되었고, 반면에 지배주주 및 경영진 측에서는 자기주식은 자산이므로 자기주식 처분과 신주발행은 다르다는 입장을 견지한 적이 많았다.
분할, 합병, 분할합병 등에 있어서의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배정과 관련해서도 자기주식은 미발행주식에 불과한 것인데 실체가 없는 자기주식에 대해서 분할, 합병 등의 대가로 인한 신주배정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지배주주의 분할 신설회사 혹은 합병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근거 없이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와서 부당하다는 소위 ‘자사주의 마법’에 대한 비판적 주장이 상당히 있었다. 이에 비해서 자기주식의 자산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분할 등에 있어서 자기주식에 대해서 분할 신주 등을 배정하지 않는 경우 해당 거래로 인하여 해당 분할회사 등의 순자산이 감소하여서 생기는 자기주식의 가치 감소를 보전받을 수 없고 이는 회사의 자산인 자기주식의 가치 보전에 대한 이사의 주의의무 및 충실의무에 반하는 조치라는 반론도 강하게 제기되어 왔다.
이와 관련하여 금융위원회는 2023. 1. 10. 위와 같은 자기주식 관련 논란을 고려하여 자기주식 제도 개선방안 검토 계획을 밝혔고, 그 후속조치로 2023. 6. 5.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 개선 세미나”를 개최하여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여 상장회사 및 자본시장에서 향후 자기주식 관련 규제 개선 방향에 대해서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
위 세미나에서 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은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기주식이 사실상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되어 온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는 만큼, 앞으로 주주 보호와 기업의 실질적 수요를 균형 있게 고려하여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위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서울대학교 정준혁 교수는 우리나라 및 해외의 자기주식 제도를 소개하고 자기주식 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였다.
1) 자기주식 전부 소각을 강제하거나 10% 등 일정한 자기주식 보유한도를 의무화하는 방안
2) 자기주식을 처분할 때 신주 발행과 동일한 절차를 적용하는 방안
3) 자기주식 맞교환을 금지하는 방안
4) 합병·분할 시 자기주식에는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등 주주 권리를 정지하는 방안
5) 시가총액 등 상장회사 재무상태 지표 계산 시 자기주식을 제외하는 방안
6) 자기주식 취득 및 처분 관련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
특히 위 2) 내지 5) 사항은 위에서 설명한 상장회사 자기주식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 자기주식의 본질을 미발행주식으로 보는 입장에서 일관된 규제정책을 도입하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이 자기주식의 재무적 실질 및 회계처리 방식을 고려하여 그 처리에 대해서도 일관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상장회사 지배구조 및 재무구조 측면에서도 일관성 및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다만 그와 관련하여서 아래와 같은 정책적 보완사항이 고려되어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Poison Pill이나 차등의결권 주식과 같은 직접적이고 명확한 형태의 상장회사 경영권 방어수단 및 이에 대한 이사의 신인의무(Fiduciary Duty)에 대한 법리가 확립되어 있지 않고, 그러한 상황에서 자기주식 취득 및 처분이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 및 이를 통한 장기적인 연구개발 및 인재확충 등의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해 온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자기주식 처분 혹은 자기주식 교환을 통한 경영권 방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기존의 자기주식 기능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법원 판례 상 자기주식을 자산으로서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이상, 자기주식의 가치 보전을 위한 이사의 의무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가능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분할 및 합병 등에 있어서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에는 이사의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대표소송 등이 실제로 상당히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어서 경영진 입장에서 위와 같은 문제제기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가 클 수 있다. 따라서 자기주식의 처리에 대한 개별적 규제 개선 이전에 자기주식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법리를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자기주식 처리와 관련한 세법 상의 처리도 일관되게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상장회사 분할 시 자기주식에 대해서 신주를 배정하지 않는 경우 법인세법 상의 적격분할이 인정되지 않아서 해당 회사 및 주주에 대해서 상당한 과세 위험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과세 당국의 유권해석 혹은 실무 개선 등이 병행해서 이루어져야 자기주식 제도 개선이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정착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i>*변호사, 법학박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습니다.</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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