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원장에게는 과거 어느 때보다 엄중한 소임이 기다린다. 이 후보자는 이런 막중한 시대적 임무를 잘 인식하고 국회 청문 절차에 충실히 임해야 한다. 최우선 과제는 사법부 정상화와 법치의 복원이다. 법원이 여의도 삼류 정치에 오염되는 ‘사법의 정치화’를 차단하고, 법의 신뢰와 공정을 회복해야 한다. 판사를 본래 제자리로 돌려 법원을 법원답게 만드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인사에서 사법부 정상화 실천 의지와 법치 복원 역량을 우선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신뢰가 떨어진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명수 체제 6년간 우리 법원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명백히 기울어진 친노조 반기업 재판이 끊이지 않았고, 특정 정파적 성향이 그대로 반영된 판결이 최근까지 계속됐다. 국회의 특정 정파와 한 패거리인 듯한 재판이 나오는가 하면 의도적 시간 끌기 재판으로 ‘지체된 정의’ 논란을 초래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법원 민주화라는 미명하에 판사 평가와 내부의 자율적 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심케 하는 일도 허다했다. 유능한 판사들이 속속 법원을 떠났고 편향된 재판이 누적되면서 법원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김 대법원장은 개인 처신으로도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됐다. 관사 이용 및 직계 가족과 관련된 부적절한 행보에 스스로 저질 정치인 행태를 방불케 한 추태까지 있었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사표 반려 소동에서의 불미스러운 일로 현직 대법원장이 허위공문서 작성,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역대 사법부에 이런 수장은 없었다. 새 대법원장은 엄격한 처신과 솔선수범으로 내부의 신뢰와 존경부터 받아야 한다. 그래야 공정·신속한 재판, 정의의 법원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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