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발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를 논란이 확산한 이달 초보다는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사람이 늘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 상용화된 무량판 구조(공법)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건설업계의 전문성 부족과 허술한 현장 관리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더 심각한 건 국민의 불안을 진정시켜야 할 정부가 오히려 공포를 확산했다는 점이다.
LH는 2017년 이후 전국 공공아파트 공사에 무량판 구조를 도입했다. 문제는 지난 4월 초 검단 아파트 공사장에서 지하 주차장이 붕괴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시작됐다. 조사 결과, 설계·시공·감리업체 모두 제 역할을 하지 않은 총체적 부실의 결과물이라는 게 밝혀졌다.
LH식 무량판 구조는 기둥 윗부분에 슬래브가 내려앉지 않도록 전단보강근(철근)을 덧대 기둥이 슬래브를 뚫는 이른바 펀칭 현상을 막는다. 이 철근이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도 누락됐다. 여기에 더해 콘크리트 강도도 기준을 밑돈 것으로 밝혀졌다. 건설공사의 기본은 콘크리트 강도 유지다.
건설업계는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해외 수주’를 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콘크리트 관리도 제대로 못 하는 등 현장 관리가 엉망인 게 만천하에 알려졌다. K건설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는 한술 더 떠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290여 곳도 전수 조사한다고 밝혔다. ‘무량판 포비아(공포)’가 LH 아파트에서 민간 아파트로 전이됐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언급된 민간 아파트 입주민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관리사무소와 건설사에 입주민의 전화가 빗발쳤다.
하지만 민간 아파트는 벽식 구조와 섞인 혼합 무량판 구조여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이어졌다. 정부가 민간과 LH 아파트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불안만 가중시킨 셈이다. 무량판 아파트 사태를 지켜보면서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국민에게 주거 불안을 조장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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