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만든 창작물에 저작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미국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저작권은 사람이 만든 창작물에 부여되는 권리라는 것이다.
21일(현지 시각) 로이터와 더버지 등에 따르면 베릴 하웰 미국 워싱턴DC 지방법원 판사는 최근 AI가 만든 예술품 저작권 등록을 거부한 미국 저작권청의 결정은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스티븐 탈러 이매지네이션 엔진스 대표가 제기한 소송 결과다. 그는 지난해 6월 AI인 다부스 시스템이 창작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저작권청으로부터 거부당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저작권청은 “사람에 의한 창작 과정이 있어야 저작권이 발생한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하웰 판사는 “인간의 저작이 수 세기에 걸친 이해에 기초한 저작권의 기본 요건”이라며 “사람의 창의성이 개입한 작품이어야 저작권을 가질 수 있다”며 설명했다. 이 소식을 처음 보도한 매체인 할리우드리포터는 이를 사진에 비유했다. 카메라는 특정 장면을 그대로 담을 수 있지만, 카메라 자체에 저작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 작품은 카메라가 담아낸 장면이 아니라 피사체가 서 있는 위치나 배치, 조명 등을 사람이 직접 결정하기 때문에 저작권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하웰 판사는 앞서 2018년 미 항소법원이 원숭이가 촬영한 사진(셀카)에 대해 저작권이 없다고 판단한 것도 같은 법리라고 봤다.
하웰 판사는 다만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AI를 사용하는 등 저작권법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작품을 학습한 AI가 만든 창작물에 저작권을 부여하기 위해 사람의 개입이 얼마나 필요한지 따져보는 것은 도전적인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탈러 대표 측 변호인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탈러 대표 측은 “저작권을 등록할 때 인간의 개입이 구체적인 법적 요구 사항이 아니다”라며 “AI 저작권을 허용하는 것은 ‘과학과 유용한 예술의 진보를 촉진’하는 미국 헌법에 명시된 저작권의 목적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생성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새로운 지식재산권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 저작권청은 이와 함께 ‘미드저니’라는 생성AI 시스템을 통해 생성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를 신청한 예술작가는 “시스템은 창작의 일부”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원저작자의 허가 없이 생성AI를 훈련하기 위해 저작물을 사용하는 데이터 스크래핑에 대한 저작권 침해소송도 여러 건 제기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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