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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ARM이 미 나스닥 상장을 신청했다. 고금리 기조로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약 2년 만의 최대 대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ARM은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나스닥 직상장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상장 주식 수 등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목표한 상장 시기는 다음달이다. 티커명은 ARM으로 신청했다. 주관사는 바클레이즈와 골드만삭스, 미즈호증권이다.
블룸버그는 ARM의 목표 기업가치가 600억~700억달러(약 80조~94조원)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의 ARM 지분 25%를 인수할 당시 기업가치 평가금액은 640억달러였다.
ARM은 본래 IPO를 통해 80억~1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지분 인수 후 소수 지분만 상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조달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에 상장되는 ARM 주식이 전체의 10%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ARM이 상장되면 미국에서는 2년만의 최대 규모 IPO가 될 전망이다. 2021년 10월 전기차 제조기업 리비안이 137억달러 규모의 IPO에 성공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100억달러의 자금조달에 성공할 경우 기술주 기업 중 알리바바(250억달러), 메타(160억달러)에 이어 역대 3번째로 규목 큰 IPO에 등극할 수도 있다.
ARM의 상장은 미 IPO 시장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 이후 미국 IPO 시장이 1년 반가량 부진을 벗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랜만에 대어급 기업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VC) 시장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프트뱅크도 엔비디아, 아마존, 인텔 등 빅테크 기업들을 앵커 투자자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번 거래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IPO같은 대규모 거래가 성공한다면 더 많은 활동(IPO)를 촉진할 수 있다”며 “최근 존슨앤드존슨에서 분사돼 상장한 켄뷰도 성공적으로 뉴욕증시에 입성하면서 작은 기업들의 상장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ARM은 PC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스마트폰 칩 시장의 점유율은 99%에 달한다. 애플과 퀄컴, AMD 등이 고객사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달러에 ARM을 인수했다. 이후 지난 3월까지 ARM의 반도체 칩 출하량은 300억개 이상으로, 소프트뱅크 인수 전보다 70% 증가했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칩 설계 역량을 갖추며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이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에 ARM CPU를 사용한다.
IPO를 위해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ARM은 2023년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매출이 26억8000만달러로 전년(27억달러) 대비 약 1% 감소했다. 순이익은 5억2400만달러로 이 기간 5% 줄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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