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잊히고 싶다고 했던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 먼저 약속 좀 지켜 주세요."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22일 "(김건희 여사가) '내가 퍼스트레이디로서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지난번에 내가 잘못 생각했고 형식과 내용에 맞춰서 제대로 활동하고 싶다'라고 국민에게 동의와 이해를 구하는 게 먼저다"라고 말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잊히고 싶다'던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면 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책방을 내고 영화를 공개하며 대외활동을 열심히 하느냐는 반발이다.
탁 전 비서관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시절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 관련 대국민 사과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인 영부인 활동을 하는 것을 지적했다.
해당 발언은 김 여사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회색 마크' 인증받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상황에서 나왔다.
탁 전 비서관은 "김 여사 문제는 본인이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모든 국민들 앞에서 얘기했다"며 "김 여사 문제는 명료한 결론이 이미 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탁 전 비서관은 "그것(발언)을 철회한 적도 없고 여전히 부속실을 만들지도 않고 그러면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며 "아무래도 '내가 퍼스트레이디로서 역할을 해야겠어'라고 하면 '지난번에 내가 잘못 생각했고 형식과 내용에 맞춰서 제대로 활동하고 싶다'라고 국민에게 동의와 이해를 구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그걸 안 하면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며 "부산 엑스포를 홍보하는 열쇠고리인가 에코백에도 본인이 디자인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저는 무슨 자격으로 참여한 건지 생각이 든다. 그냥 대통령의 부인일 뿐이다. 그 디자인은 아마 공적인 업무였을 거고 전문 디자이너들이나 그것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진행자가 '대외활동을 하는 게 타당하냐'고 재차 확인하자 탁 전 비서관은 "자기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김 여사 문제는 본인이 본인의 말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그런 걸 할 필요도, 모든 면에서 나서시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이 기사화되자 일부 네티즌들은 문 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을 예로 들며 "양산에 가서도 그 얘기를 해달라"고 비아냥거렸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퇴임 후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통령 후 무슨 현실 정치하고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체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단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면 그냥 잊힌 사람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앞서 자신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의 개봉 즈음한 인터뷰에서 "5년간 이룬 성취, 제가 이룬 성취라기보다 국민이 대한민국이 함께 성취한 것인데 그것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든다"며 윤석열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자연인으로서 잊힐 수 없는 것이지만 현실 정치 영역에서는 이제 잊히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것인데 끊임없이 저를 현실정치로 소환하고 있다"면서 "그 꿈도 허망한 일이 됐다"고 했다.
평소 책 소개를 열정적으로 해왔던 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을 열었으며 윤 정부를 겨냥하는 발언들도 이따금 내놓으며 정치권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최근에는 논란 끝에 종료된 세계잼버리와 관련해 "우리는 국격 긍지 등 많은 것을 잃었다. 부끄러움을 국민의 몫이 되었다.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고 발언해 관심을 끌었다.
"유치 당시의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를 전한다"는 문 전 대통령 발언에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퇴임 이후에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는데 왜 자꾸만 나와서 잊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지 모르겠다"고 저격했다.
조 의원은 14일 YTN라디오에서 "내가 여기 있다는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인데 남을 비난하거나 비판하기 전에 자신들을 좀 되돌아봤으면 한다"면서 "대통령도 정치인이고 정치인은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허구한 날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어기고 하니까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말씀을 안 하시는 게 모두를 도와주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도 본인이 하신 말씀대로 제발 잊혀진 사람으로 살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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