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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BRICS, 중국·러시아·브라질·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이 설립한 신개발은행(NDB)이 회원국의 현지 통화로 대출사업을 시작한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극화된 국제 금융 시스템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지우마 호세프 NDB 총재는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올해 회원국들에 80억~100억달러의 대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이중 약 30%를 현지통화로 빌려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NDB는 브릭스가 국제통화기금(IMF) 등 미국 주도의 금융기관에 대항하는 동시에 신흥국·개발도상국의 인프라 확충을 지원할 목적으로 2015년 설립한 개발은행이다. 현재까지 인프라 및 지속 가능 개발 프로젝트에 대출한 금액은 총 330억달러 가량이다. 이집트와 방글라데시,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회원국으로 추가 가입했다. 우루과이도 가입 마지막 단계를 논의하고 있다.
현재까지 NDB가 시행한 비(非)달러화 대출 프로젝트는 중국 위안화로만 시도한 게 전부다. 하지만 앞으로는 남아공에는 현지통화인 랜드화로, 또 브라질과 인도에도 각각 헤알화와 루피화로 대출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호세프 총재는 "이를 위해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거나 현지통화로 채권을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지통화로 대출하면 회원국 대출자들이 환율 위험과 미국 금리 변동의 위험성을 피할 수 있다"며 "또한 NDB는 (IMF나 세계은행처럼) 특정 정책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제공하는 정치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지통화는 달러화의 대안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라며 "지금까지는 (달러화 중심의) 단극적 시스템이었다면 앞으로는 (우리의 시도를 통해) 다극적 시스템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브릭스의 움직임을 '탈(脫)달러화'로 규정한 것을 의식해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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