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이르는 소위 '개딸'(개혁의 딸)들이 반민주적 집단행동을 이어가면서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의 행태가 민주당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친낙(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 강성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지역 아파트 간담회장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모습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과연 민주당인지 보시고 판단해 달라"며 "의견이 다르다고 소리 지르고 위협하는 이런 행위가 민주당 당 대표를 앞세워 저질러지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윤 의원이 공유한 영상에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지지자들이 "나가라고 윤영찬! 나가! 어디 우리 동네에 함부로 와!"라고 소리를 지르며 막무가내로 지역주민과 간담회를 방해하는 모습이 담겼다. 관계자들이 '주민 행사다'라며 그를 말렸지만, 이들은 "배신 때리지마! 배신 때려놓고 무슨 X소리야. 여기 이재명이 사준 거야. 어디 감히 여길 와"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후 이들은 주민 간담회장을 빠져나가는 윤 의원의 등 뒤에다 "잘 되면 이재명 도와준다더니 배신을 때려!"라고 재차 고성을 질렀다.
윤 의원은 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유하며 "대다수 국민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요"라며 "민주당에 대한 혐오와 불신만 더 키울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후에는 저의 지역 사무실 앞에서 '이재명과 개혁시민행동', '민주당 혁명 결사대'를 자처하는 분들의 '수박 윤영찬 규탄 집회'가 있었다"며 "지난 8일에 이어 두 번째"라고 했다.
윤 의원은 설훈 의원, 이원욱 의원, 전해철 의원 등 '비명(비이재명)계'에 속하는 다른 의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런 일은 요즘 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개딸들이 소위 '수박'이라고 규정한 비명계 의원들을 쫓아다니며 이러한 '규탄 집회'를 벌이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수박'이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의미로 강성 당원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는 은어다.
최근 가수 노사연씨와 언니 노사봉씨 자매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빈소를 방문한 것을 두고도 개딸들은 조롱을 일삼아 '패륜적'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지난 18일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체 노씨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단 말인가"라며 "단지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대통령의 부친상을 조문했다는 이유로 이런 욕설까지 마다치 않는 것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6일 윤 대통령 부친의 빈소를 찾은 노사연, 노사봉 자매는 조문 이후 개딸들로부터 "제정신이냐"는 등 원색적 비난을 받아야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지도부 책임론도 거론된다. 강 수석대변인은 "개딸로 불리는 이들의 패륜적이고 도를 넘어선 행태도 문제지만, 이런 일이 반복됨에도 내내 침묵하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그 책임에서 절대 자유롭지 않다"며 "이것이 과연 민주당과 이 대표가 지향하는 나라의 모습인가"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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