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광고대행 자회사인 농심기획을 매각한다. 농심기획은 농심 창업주인 고(故) 신춘호 선대 회장이 애착을 가졌던 회사였음에도, 치열한 광고시장에서 후발업체로 남기보다는 외부에 매각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농심기획을 매각하기 위해 이노션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기획을 외부에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노션과 논의 초기 단계에 있으며 실사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농심기획은 텔레비전, 신문 등 전통적인 미디어 광고 사업에 치중해오면서 글로벌 시장과 뉴미디어 분야는 다소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광고취급액과 실적이 줄어든 배경이다. 한국광고총연합회에 따르면 농심기획은 광고취급액 기준 순위가 2021년 24위에서 지난해 35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실적도 악화됐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비 4.8% 줄어든 207억원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57.5%나 감소한 5억원에 그쳤다. 이익률이 높은 외부 고객사와의 계약이 종료된 영향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농심조차 해외 광고 수요가 높은데 농심기획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차라리 선두업체에 넘기는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외부 고객이 줄어 농심 내부 거래 비중이 높아진 것도 농심기획을 매각하는 이유 중 하나다. 농심기획의 지난해 매출 207억원 중 그룹 내부거래는 130억원으로 62.8%를 차지한다. 농심은 지난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되면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가 강화됐다.
과거 농심은 롯데 계열인 대홍기획 등 외부 광고업체에 광고를 맡겨왔다. 그러다 1996년 신춘호 회장의 지시로 농심 자체 광고사인 농심기획을 출범했다. 출범당시 초대 농심기획 사장은 신춘호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농심 회장(당시 농심 전무)이 맡았다.
신춘호 회장은 '작명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제품명과 제품 홍보를 직접 챙긴 것으로 유명하다. 농심의 대표 제품인 '신라면', '새우깡' 등 이름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너구리 한마리 몰고 가세요'나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같은 광고 카피도 신춘호 회장의 아이디어다.
신춘호 회장이 광고에 워낙 관심이 높다보니 농심기획 대표와 임원 자리는 내부에서는 가장 힘든 자리로 인식되곤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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