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장기투자자들의 '속앓이'가 길어지고 있다. 최근 몇년간 국내증시에서 주기적으로 '배터리 랠리'가 나타나며 관련주들이 급등해왔지만, SK이노베이션은 이 랠리에서 소외돼왔기 때문이다. 물적분할 후 재상장 문제, 재무구조 문제, 정유업계 부진 등 리스크 요인이 여전한 만큼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년 중장기 수익률에서 -9.44%를 기록해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5년 사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건 셀업체, 소재업체 등 배터리 관련주들을 통틀어 찾아보기 힘든 수치다.
같은 기간 배터리 소재업체인 에코프로는 4778.61%, 엘앤에프 358.66% 상승했다. 3대 배터리 셀업체와 비교해도 성적은 초라하다. 삼성SDI는 5년간 주가가 161.61% 올랐다. 배터리 셀 부문이 분리된 LG화학조차 이 기간 53.55% 주가가 상승했다. 2022년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약 1년 6개월 사이 16.67% 올랐다.
철강과 배터리산업의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포스코 그룹과도 비교된다. 포스코퓨처엠은 5년간 765.22% 상승했고, 포스코홀딩스는 72.73% 올랐다.
SK그룹은 2006년 차량용 2차전지 개발에 성공해 2010년대 초부터 배터리를 공급한 업계 선두주자중 하나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국내 배터리 산업과 회사의 성장세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증권업계의 향후 주가전망도 밝지 않다. 우선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재상장 가능성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적자상황인 SK온이 흑자로 돌아선다하더라도 온전히 주가에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SK이노베이션측은 SK온 재상장시 기존 주주들에 대한 일정비율 주식교환, 특별배당, 자사주 소각 등을 약속하고 있지만 시장의 의심은 여전하다.
더욱이 올들어 재무상황 악화로 유상증자에까지 나서면서 투심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친환경사업에 사용하겠다며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발표했는데, '회사의 운영자금을 주주로부터 조달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의 또다른 한축인 정유사업 부문에서도 주가상승 요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정제마진 하락으로 정유업계 전체의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석유 부문에서만 41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실적부진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정유주의 최대 장점인 배당에 대한 불확실성도 강해지고 있다. 정유 산업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이익 대부분이 배당보다는 배터리 분야로 재투자 될 것이란 주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정적인 전망에 올들어 외국인은 3879억원어치, 기관은 3451억원어치 SK이노베이션을 순매도했다. 한 사모펀드 매니저는 "물적분할 후 재상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데다, 정유산업 부진이 오히려 배터리 분야 투자를 방해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배터리 관련 기업중 하나를 골라야하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상대적으로 후순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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