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한·미 연합사 전시지휘소(CP탱고)를 방문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상황을 점검했다. 현직 대통령의 CP탱고 방문은 2013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군사동맹과 미군을 주축으로 하는 유엔군사령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날 방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에 있는 한·미 연합사 전시지휘소를 찾아 “1978년 한·미 연합사 창설 이래 CP탱고는 전시 한·미 양국의 육·해·공군 전력을 지휘하는 두뇌로서 역할을 해 왔다”며 “연합연습에 참가하는 한·미 전투참모단은 한미 군사동맹의 굳건함을 나타내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탱고는 ‘Theater Air Naval Ground Operations’의 약어로 1970년대 수도권 외곽 산속 화강암 터널 속에 지어진 작전지휘소다. 적의 핵무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돼 있다. 생화학무기 공격에도 대처할 수 있으며 외부 지원 없이 약 2개월간 생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윤 대통령은 이번 UFS에 대해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적용하고, 단기간 내에 급격한 전쟁상태로 돌입하게 될 경우를 상정하여 한미동맹의 위기관리 및 대응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연습 기간 한·미 장병 약 8000명이 참가해 38건의 야외기동훈련을 시행 중임을 언급하며 “실전적인 연습과 훈련만이 한미동맹의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한층 더 격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올해 UFS 연습에 유엔군사령부 회원국인 9개국(호주, 캐나다, 프랑스, 영국, 그리스, 이탈리아, 뉴질랜드, 필리핀, 태국 등)이 참가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유엔사는 전시 유엔사 회원국의 전력을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한·미 연합사에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앞으로도 강력한 한·미 동맹을 핵심축으로 유엔사 회원국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여 대한민국의 안보를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선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확장억제 실행력을 보다 실효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군사적 수준의 대응계획 마련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사용 상황을 상정하여 한·미 양국의 핵과 비핵전력을 결합한 강력한 대응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며 “북핵 위협에 대비하여 도상훈련(TTX, Table Top Exercise) 및 지휘소훈련(CPX, Command Post Exercise) 등의 연습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동맹의 대응계획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한반도 작전영역 내의 모든 작전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현행 작전을 총괄하는 전구작전본부(TOC, Theater Operations Center)를 순시하며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한·미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여러분들이 여기서 서로 어깨를 맞대며 일하는 것 자체가 양국의 국민, 또 동북아와 전 세계 모든 인류에게 자유와 평화를 보장해 주는 것”이라며 “여러분들이 맡은 소임은 여러분들의 조국뿐만이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한 아주 정의로운 일”이라고 양국 장병들을 추켜세웠다.
폴 라캐머라 한·미 연합사령관은 환영사를 통해 “한반도에서 새롭게 등장한 도전적인 안보 요소들에 대응하기 위해서 국방부, 합참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대통령님의 지침을 받들어서 실전적인 훈련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순시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라캐머라 사령관, 안병석 연합사 부사령관, 앤드류 해리슨 유엔사 부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김승겸 합참의장과 전동진 지상구성군사령관, 김명수 해군구성군부사령관, 스콧 플로이스 공군구성군사령관, 제임스 비어맨 해병구성군사령관 등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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