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막으로 유명한 '데스밸리(Death Valley)'에 하루 동안 1년 치 비가 한꺼번에 쏟아져 역사상 최대 강수량 기록을 남겼다. 미 서남부를 강타한 열대성 폭풍 '힐러리'가 내륙 지역에도 폭우를 몰고 데스밸리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미 라스베이거스 지방 기상청(NWS)에 따르면 지난 20일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기후 관측 지점인 퍼니스 크릭의 강수량이 하루 동안 2.20인치(55.9㎜)로 측정됐다. 이는 지난해 8월5일 기록한 1.70인치(43.2㎜)를 뛰어넘는 역사상 최대 기록이다.
데스밸리의 역대 평균 연간 강수량은 2.24인치(56.9㎜)로, 지난 20일 하루 동안 1년 치 비가 한꺼번에 내린 셈이라고 기상청을 전했다.
사막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모래가 쏟아져 내려 도로 곳곳을 막았고, 공원관리소는 20일 "데스밸리가 홍수로 위험한 상태"라며 공원을 전면 폐쇄했다.
국립공원관리소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일부 도로는 아스팔트가 갈라지고 떨어져 나가는 등 크게 파손됐다.
공원관리소 측은 21일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원이 폐쇄 중이라고 알리면서 "지역 주민과 여행객, 직원 등 400여명이 도로가 안전하게 개통될 때까지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2일에도 "많은 도로에 상당한 진흙과 자갈 등이 흘러내렸고, 도로가 침하했으며 갓길도 완전히 유실됐다.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공원 재개장 날짜를 정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한편, 열대성 폭풍 힐러리는 전날 오전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해졌지만, 캘리포니아 남부를 가로질러 북상하며 곳곳에 많은 비를 뿌렸다.
로스앤젤레스(LA) 지방 기상청은 한인타운과 인접한 다운타운LA의 지난 20일 강수량이 2.48인치(63.0㎜)를 기록해 이 지역의 8월 강수량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팜스프링스와 샌디에이고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역대 8월 최대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웠고, 힐러리의 저기압 중심부는 네바다주까지 이동해 네바다주에 상륙한 첫 열대성 폭풍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네바다주에서도 침수와 정전, 도로 유실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으며, 라스베이거스에서 서쪽으로 64㎞ 떨어진 마운트 찰스턴 지역에서는 상수도가 파손돼 400가구에 수돗물을 끓여서 사용하라는 경고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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