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소문과 가짜뉴스가 사람 잡는 세상이다. 2005년 8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수십만 명의 이슬람 신자가 티크리스강 근처 사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군중 속에서 누군가 “자살특공대가 있다”고 외쳤다. 순식간에 소문이 퍼지면서 다리를 건너 도망치던 사람들이 떨어지고 밟혀 14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실 자살특공대는 없었다.
2019년 5월 로라 샤포스닉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전염병 확산모형’을 응용해 SNS에서 소문이 퍼지는 양상을 연구한 결과 1만 명이 모인 사회에 특정 소문을 퍼트리는 데에는 스피커 세 명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앞두고 일본인 10명 중 9명은 이로 인한 소문(풍평) 피해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도통신이 지난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일본 어업인들이 걱정하는 것도 해양오염 자체보다 뜬소문으로 인한 피해다. 사카모토 마사노부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그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난 뒤 방류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과학적 안전성에 대한 이해는 어민들 사이에 깊어지고 있지만 과학적 안전과 사회적 안심은 다르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해서 소문 피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어업인들이 걱정하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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