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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사진)가 올해 2분기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다수의 정보기술(IT) 종목에 분산 투자했던 지난 1분기와 달리 소수 종목을 골라 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했다. 아마존과 메타 지분을 대량 매도하고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지분을 추가 매수했다. 집중 투자를 예찬해 온 드러켄밀러의 투자 성향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드러켄밀러의 투자회사인 듀케인패밀리오피스는 올 2분기 엔비디아와 MS 투자 비중을 크게 늘렸다. 반면 알파벳(구글), 아마존, 메타 등을 덜어냈다. 전 분기 AI 관련 기업에 투자한 뒤 수익성을 따져 종목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듀케인의 포트폴리오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분기 9.53%에서 13.98%로 대폭 늘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듀케인 포트폴리오에서 투자 비중이 가장 큰 종목이 됐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 지분은 33만 주를 전량 매도했다. 엔비디아가 AMD를 누르고 AI용 반도체 시장을 지배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AI 예찬론자로 알려진 드러켄밀러는 엔비디아 투자를 수차례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6월 블룸버그 콘퍼런스에서 “엔비디아는 앞으로 10개월이 아니라 적어도 2~3년 소유하고 싶은 주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분기 MS 투자 비중도 전분기보다 0.71%포인트 늘어 9.82%를 차지했다. 1분기 2억1018만달러어치를 매입한 데 이어 2분기에도 9만9920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듀케인은 1분기에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주식 9104만달러어치를 매입했다. AI 챗봇 경쟁에 뛰어든 두 기업 모두에 투자한 것이다. 다만 2분기엔 알파벳 지분 87만7000주를 전량 매도해 포트폴리오에서 비워냈다.
듀케인은 2분기에 투자 수익이 저조한 IT 주식은 과감하게 매도했다. 편입 종목 중 16개 기업이 정리됐다. 아마존 주식 58만9000여 주를 매도해 포트폴리오 내 투자 비중을 0.99%까지 줄였다. 메타 지분도 18만4000여 주를 팔아 투자 비중을 0.55%까지 축소했다. 의료용 AI 개발업체 아이큐비아(IQV) 지분은 27만 주가량 매각했다. 군사용 AI 업체인 팔란티어 지분 70여만 주도 처분했다.
듀케인은 IT 업체 옥석 가리기와 함께 제너럴일렉트릭(GE)과 빌더스퍼스트소스(BLDR) 주식을 새롭게 추가했다. GE는 올해 들어 사업부를 분할하며 수익성을 제고했다. 1년간 투자수익률은 100%를 웃돈다. 빌더스퍼스트소스는 미국 40개 주 550여 곳에 건축 자재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조 바이든 정부가 보조금을 확대하자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뤄졌다. 건설업이 다시 반등하면서 빌더스퍼스트소스 주가는 올해 들어 95%가량 상승했다.
2분기 포트폴리오에 드러켄밀러의 투자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월가에서 대표적인 ‘집중 투자’ 옹호자로 알려져 있다. 포트폴리오를 잘게 나눠 분산 투자하는 대신 주요 업종 2~3개를 골라 자산의 70~80%를 집중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종목은 손해를 보더라도 과감하게 매도하는 편이다. 그는 이 같은 투자 원칙을 바탕으로 지난 30년간 연평균 수익률 30.4%를 기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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