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에는 민방위 훈련과 관련해 교통공사 직원이 배치됐다. 공습경보가 울린 후 15분간 시민들이 역 바깥으로 나가는 걸 통제하고, 대피 장소로 안내했다. 시민 대부분은 통제에 따랐지만 훈련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 일부 시민은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시청역에서 대피를 끝내고 나온 김성희 씨(67)는 “갑자기 크게 사이렌이 울리고, 사람들을 이동하지 못하게 해 놀라긴 했다”면서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이런 훈련이 꼭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6년 만에 전국 단위의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시행된 이날 훈련은 대체로 차분하게 진행됐다는 평가다. 전국 단위 민방위 훈련은 2017년 8월 23일 마지막 실시된 이후 남북한 긴장이 완화되고, 코로나19가 겹치며 사실상 중단됐다. 행정안전부의 ‘훈련 부활’ 방침에 맞춰 지난 5월 16일 공공기관과 학교를 중심으로 훈련이 재개됐다. 이번 전 국민 훈련은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시행 되는 한미연합 을지연습과 연계, 전시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교통경찰이 동원돼 전국 216개 도로 통행을 제한했고, 소방서별로 긴급 상황을 가정하고 출동하는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도 이뤄졌다.
전반적으로 공무원과 공공기관은 큰 소동 없이 훈련에 참가했지만, 시민들의 참여도는 높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기업과 상점 상당수는 평소와 다름없이 영업을 이어갔다. 일부 시민은 지난 4월 오경보로 놀랐던 기억을 되새기며 다시 한번 주변 대피로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행안부는 훈련에 앞서 아파트 지하, 지하철역, 지하상가 등 1만7000여 곳을 대피소로 안내하면서 사무실과 집에 있더라도 지하나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해달라고 당부했다.
비가 내리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용산 강남 등 서울 곳곳에서 ‘사이렌 소리 자체를 듣지 못했다’ ‘소리가 다소 작아 내용을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웠다’는 시민도 많았다. 서울 을지로에 있는 대기업 직원 A씨는 “오후 2시에 업무를 보느라 사이렌을 듣지 못했고, 별도로 사내 방송도 없었다”고 했다. 시민 안모씨(39)는 “사이렌과 아파트 방송을 들었지만 어린아이와 함께 움직이긴 어려워 그냥 집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김대훈/이상은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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