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부동산발(發) 경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10조원 규모의 중국 펀드에 적신호가 켜졌다. 중국 증시 부진으로 수익률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손실을 견디다 못한 투자자가 서둘러 환매에 나서면서 ‘차이나 펀드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97개 중국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최근 한 달 새 4277억원 급감했다. 자금 이탈 규모가 점점 커져 최근에는 하루 평균 200억~300억원씩 빠져나가고 있다.
수익률은 악화일로다. 중국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11.8%로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꼴찌다. 미국 펀드(33.6%)는 물론 전쟁 중인 러시아(13.1%)보다 부진하다. 홍콩H지수가 올 들어 8.9% 떨어지는 등 중국 증시가 급락한 영향이다.
1년 수익률 -26.4%, 2년 수익률 -37.8%로 장기투자자는 더 큰 손실을 봤다.
중국 펀드는 미국 펀드와 함께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필수 상품으로 꼽힌다. 설정액 규모는 9조5328억원으로 미국 펀드(10조5834억원) 다음으로 크다. 중국 경제의 높은 성장률을 믿고 퇴직연금 등을 통해 노후 자금을 넣은 투자자도 많다.
홍콩H지수와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에 돈을 넣은 투자자도 좌불안석이다. 앞으로 6개월 내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H지수 ELS 규모만 약 4조원에 달한다. 홍콩H지수는 2021년 고점 대비 반 토막 나 상품의 상당수가 손실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 중국 1~3위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가 모두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지는 등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펀드 수익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JP모간은 당초 6.4%였던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4.8%로 대폭 낮췄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중국·신흥국 전략파트장은 “중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서둘러 투자 판단을 내리기보다 9~10월까지 관망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차이나전기차 1년새 -44% 개미들 눈물의 손절매
지난해 6월에는 순자산 규모 4조원을 넘어서며 국민 재테크 상품이란 칭호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CATL, 비야디(BYD), 간펑리튬 등 중국 전기차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며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봤다.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는 23일 2.02% 하락한 9235원에 마감하며 상장 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1년 수익률은 -44.07%다. 순자산 규모도 2조464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설정액이 4300억원에 달하는 KB자산운용의 ‘KB중국본토A주’ 펀드도 1년 새 17.94% 손실을 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는 1년 수익률이 -31.76%다. 위안화 가치가 1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환노출형 상품들은 환손실까지 추가로 입었다. 온라인 재테크 카페 등에선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을 믿고 투자했는데 결국 손절매했다”며 “테슬라나 에코프로에 투자한 친구들이 부럽다”고 했다.
‘차이나 펀드런’은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는 전날인 22일까지 12일간 중국 본토 증권시장에서 93억달러(약 12조5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날도 장중 60억위안(약 1조1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는 등 매도세가 계속되고 있다.
최만수/이지효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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