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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컴퓨팅의 시대가 시작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3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후 낸 성명에서 한 말이다. 그는 “전 세계 기업이 인공지능(AI)을 채택하고 나섰다”며 “생성AI를 도입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엔비디아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엔비디아는 생성AI 학습에 필수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의 AI 기술 도입이 증가하면서 지금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GPU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AI 산업이 성장하면서 핵심 기술을 쥐고 있는 엔비디아의 실적과 주가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뛰는 실적, 날아오른 주가
엔비디아는 23일(현지시간) 2024회계연도 2분기(2023년 5~7월) 135억1000만달러의 매출과 주당순이익 2.70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429% 증가한 수치다. 월가 추정치인 매출 112억2000만달러, 주당순이익 2.09달러를 훌쩍 웃돌았다. 월가에선 생성AI 열풍에 따른 GPU 수요 급증과 품귀 현상으로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예상치마저 뛰어넘은 것이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모든 사업별 매출이 우상향했다. 클라우드 서버와 관련된 데이터센터 매출은 103억2000만달러로 예상치(80억2000만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게임분야 사업 매출(24억9000만달러)도 예상치(23억8000만달러)를 넘겼다.
젠슨 황 CEO는 “지난 분기 동안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은 엔비디아 GPU인 H100를 통한 대규모의 AI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며 “주요 IT 기업들도 엔비디아의 AI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합 AI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
엔비디아는 GPU 개발 외에 여러 AI 영역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다양한 AI 서비스를 제공해 종합 AI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GPU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활용방안까지 마련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단적인 예가 지난 3월 내놓은 슈퍼컴퓨터 구독 서비스 ‘엔비디아 DGX 클라우드’다. 기업이 대규모 AI 기술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별도의 서버를 구축하거나 외부 클라우드를 활용해야 하는데,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를 필요한 만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엔비디아의 H100 칩 8개가 하나의 대규모 GPU로 작동하는 ‘인스턴스’ 이용할 경우 월 3만6999달러를 내면 된다. 이를 통해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훈련 및 생성AI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할 수 있다. 이미 게티이미지와 셔터스톡, 어도비 등이 이를 통해 자체 언어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기업들이 보다 쉽게 자체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엔비디아 AI 파운데이션’도 함께 내놨다. 이 회사는 자체 LLM인 ‘니모’와 이미지 생성 모델인 ‘피카소’를 운영 중이다. 기업들은 이를 파인튜닝 해 자체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자동차 제조사를 위한 디지털 트윈 서비스인 ‘엔비디아 옴니버스 플랫폼’도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 기술을 통해 생산공장 전체를 가상 공간에 옮겨 실시간 모니터링, 생산공정 최적화 등을 할 수 있다. 특정 도시 전체를 디지털 트윈 기술로 옮겨 자율주행차량의 훈련용으로 활용하는 서비스도 있다. 이 서비스도 BMW와 도요타, 루시드 등이 현재 이용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반도체 기업을 넘어서 종합 AI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을 10년 전부터 기획하고 실행해 옮겨왔다”며 “이를 통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와 리더십도 이어간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젠슨 황 CEO의 기술 중심 리더십이 오늘날의 엔비디아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의 전체 직원 2만6000여명 중 75%에 해당하는 2만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매출의 33%를 R&D에 투입하는 등 기술력으로 AI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생성AI 산업 커질 것… AI 반도체도 성장”
엔비디아의 실적 전망도 밝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액으로 월가 예상치(126억1000만달러)보다 훨씬 높은 160억달러를 제시했다. 연간기준으로 매출이 작년보다 17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 이사회는 2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승인했다.전문가들은 작년 말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의 등장으로 촉발한 생성AI 시장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AI 반도체 시장도 성장하게 되는 구조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AI 반도체 매출은 534억달러로 작년(442억달러)보다 20.8%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AI 반도체 매출은 671억달러로 올해보다 25.6% 증가하고, 2027년에는 올해의 두배가 넘는 119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는 “생성AI의 발전과 광범위한 AI 기반 애플리케이션 사용에 따라 고성능 GPU와 최적화된 반도체 디바이스 구축이 필수가 됐다”며 “이것이 AI 칩의 생산과 배포를 주도하는 주요한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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