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의 운영사인 한국신용데이터(KCD)가 1000억원 규모 해외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1조3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5년 전(500억원)과 비교하면 기업가치가 25배 불어났다. 상대적으로 더디던 ‘동네 가게 생태계’의 디지털 혁신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200만 고객사 확보
KCD는 글로벌 사모펀드(PE)인 모건스탠리 택티컬밸류(MSTV)로부터 1000억원 규모 시리즈D2 투자를 유치했다고 24일 발표했다. 2016년 KCD 법인 설립 후 누적 투자금액은 2600억원이다. MSTV는 모건스탠리 투자운용사업부(MSIM) 내 조직으로, 한국 기업에 투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KCD는 동네 가게를 대상으로 경영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가게 매출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대시보드인 캐시노트를 중심으로 포스(출납기), 사장님 커뮤니티 등 소상공인 관련 서비스를 한다. 캐시노트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전국 130만 곳, 다른 서비스까지 합치면 200만 사업장이 고객이다.
이번 투자에서 KCD는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인정받았다. 직전 투자인 지난해 10월의 몸값(1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10개월 만에 2000억원 불었다. 소상공인 스타트업 중 최초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올랐다. 김동호 KCD 대표(사진)는 “동네 가게 사장들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생태계 사업 모델을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지는 소상공인 생태계
벤처 투자 혹한기에 KCD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건 동네 가게들을 대상으로 수년간 깔아놓은 인프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200만 곳에 달하는 오프라인 사업장에 서비스를 제공 중인 스타트업은 KCD가 유일하다. 이번 투자를 집행한 MSTV의 김현성 이사는 “KCD는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한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이번 투자 유치가 디지털 전환이 막 시작된 소상공인 생태계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소상공인 사업체는 411만 개, 시장 규모는 659조원에 달한다. 여전히 손으로 장부를 쓰는 가게가 많고 사업장의 신용점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곳도 드물다. KCD 관계자는 “대시보드인 캐시노트를 기반으로 계산, 통신, 커뮤니티 등 시장을 확대해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KCD는 소상공인 특화 은행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캐시노트로 확보한 소상공인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은행 설립 추진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은행업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인가가 필수인데, 금융당국이 전향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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