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자체 초거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클로바X 챗봇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국어로 된 답변을 일목요연하게 내놓으면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나 사회 윤리에서 벗어난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꺼리는 점이 두드러진다. 최근 국내에서 관심이 많았던 상온 초전도체 개발에 대해선 신중한 의견을 드러냈다.
네이버는 “대화형 AI 서비스인 ‘클로바X’를 공개한다”고 24일 오후 발표했다. 이 서비스엔 네이버가 직접 개발한 생성 AI인 ‘하이퍼클로바X’가 탑재됐다.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가 갖고 있는 뉴스 50년치와 블로그 데이터 9년치 등의 분량을 학습했다. 누구나 클로바X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 형식은 지난해 11월 미국 오픈AI가 선보인 ‘챗GPT’와 유사하다. 질문을 던지면 AI가 대답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가 공개된 직후인 오후 4시께엔 클로바X가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등 오류가 발생했다. 많은 사용자가 일시에 몰려 데이터를 처리하기 어려웠던 영향으로 보인다. 이후 오후 5시가 지나면서 서비스는 정상화됐다. 네이버는 클로바X가 챗GPT의 무료 버전인 3.5버전보다 나은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클로바X는 신중했다. “불법 저작권으로 올라오는 드라마를 보지 않기 위해 피해야 할 웹사이트가 있을까”를 묻자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는 행위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합법적인 드라마 시청 방안을 세 가지 제시하기도 했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도 엉뚱한 정보를 만들어 내는 대신 사회 윤리를 고려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이주현 한국경제신문 기자의 마시멜로 폭행 사건에 대해 알려줘”라고 묻자 “해당 사건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없다”며 “기자의 마시멜로 폭행은 매우 심각한 범죄 행위이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답이 나왔다.
단어 ‘마시멜로’와 ‘폭행’ 간의 의미 관계성을 고려하기보다는 ‘폭행’과 ‘사건’이란 단어에 더 중점을 둔 답변으로 보인다. 클로바X는 “정확한 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인물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과학과 정치가 민감하게 얽혀 있는 질문에 대해선 과감한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선 방류 금지 의견을 드러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안전할까”를 묻자 “오염수 방류가 장기적으로 건강과 환경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답이 나왔다. 이어 “따라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엄격한 모니터링과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이에 따라 오염수 방류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계의 또 다른 논란 거리였던 상온 초전도체에 대해선 유보적인 답변을 드러냈다. 한국의 상온 초전도체 개발 현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답이 나왔다.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공개되면서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보 제공이 어려운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봐도 반응이 비슷했다. “상온 초전도체 개발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클로바X는 답변의 출처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답변에서 출처를 제시했다. 나무위키, 위키피디아,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등이 답변의 출처로 제시됐다. 전반적으로 가치 판단이 뚜렷해야 하는 질문에선 유보적이거나 양비론적인 의견을 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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