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25일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빼돌린 성형외과 두 곳을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수술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환자 한 명당 프로포폴을 최대 10병가량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빼돌린 프로포폴은 5억원 규모로 불법 거래 가격이 처방가보다 수십 배 비싼 점을 고려하면 수십억원의 차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포폴은 마약류로 지정된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정맥 주사용 마취유도제다. 가격은 한 병(20mL)에 만원대지만 불법 유통되면 최대 50만원대까지 치솟는다.
경찰은 폭력조직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아니라 조폭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강력범죄수사대가 사건을 맡은 이유다. 마약 수사관 출신인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조폭들이 마약 판매업자와 유통책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프로포폴을 빼돌린 두 성형외과 관계자에게는 실형이 선고돼 의사 면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마약류관리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의료법 제8조에 따라 의사면허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대표변호사는 “수억원대 프로포폴을 빼돌려 유통했다면 실형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은 특정 병원에서 의료 외 목적으로 연예인 등 유명인에게 투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배우 유아인 씨는 여러 병원을 돌며 1년에 73차례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이번 경우는 서류를 조작해 프로포폴을 통째로 빼돌려 유통한 혐의여서 기존 처벌보다 더 무거운 형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포폴 관리 주체인 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 마취과 레지던트가 수술에 쓰고 남은 프로포폴을 모아 빼돌렸다. 마약류 도난 사고 발생 시 식약처와 구청에 제출해야 하는 사고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병원은 징계위원회만 열었을 뿐 경찰에 수사 의뢰조차 하지 않았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의사가 의료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하거나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면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며 “병원 사각지대를 찾아내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호/조철오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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