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살아올게. 결혼하자" 약혼녀 두고 전쟁터 간 20세 청년

입력 2023-08-25 10:28   수정 2023-08-25 10:29


약혼녀에게 "꼭 살아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전쟁터로 떠났던 6·25전쟁 전사자가 73년 만에 전사자 유해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2010년 3월 경북 영덕 우곡리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국군 3사단 소속 고(故) 황병준 하사로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황 하사의 유해는 국유단과 해병 1사단 장병들이 6·25전쟁 당시 개인호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발굴작업을 하던 중 수습됐다.

국유단은 전사자들의 병적자료를 바탕으로 유족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왔으며, 2022년 10월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한 황태기 씨가 최근 황 하사의 조카로 확인됐다.

황 하사는 1929년 9월 경상북도 의성군 신평면에서 4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큰형이 일제 강점기 때 강제 징용된 탓에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갔다.

고인은 1950년 5월 제3사단 23연대에 입대했으며, 그해 8월 14일 영덕 전투에 참전 중 20세의 꽃다운 나이로 전사했다.

영덕 전투는 동해안 영덕 일대에서 국군 3사단이 부산에 진출하려는 북한군 5사단을 저지하고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전투다.

유가족에 따르면 고인은 입대 직전 약혼한 후 약혼녀에게 "꼭 살아 돌아올 테니 결혼해 아들딸 낳고 잘살자"라는 약속을 남기고 눈물로 이별했다고 한다.

황 하사는 군 당국이 2000년 4월 6·25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을 개시한 이후 215번째 신원 확인 사례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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