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을 둘러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가 익숙해진 온라인 화장품 시장을 향해 각사가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소비자들은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앱)부터 패션앱, 배달앱에서도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쿠팡은 이달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성수동 '쎈느'에서 '메가뷰티쇼 버추얼스토어'를 열고 약 3000명의 소비자에게 쿠팡 화장품 할인 행사에 참여하는 브랜드의 대표 상품을 소개했다. 지난달에는 국내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1위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쿠팡과 중소 화장품 기업의 거래를 2019년부터 CJ올리브영이 막아 ‘대규모 유통업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는 게 쿠팡 주장의 골자다. 올리브영은 자체 점포와 연동한 배송을 바탕으로 온라인 매출을 키우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SSG닷컴은 미국 온라인 향수 판매 1위 쇼핑몰인 '프래그런스닷컴'과 손잡고 화장품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전 세계 1만6000여 개 브랜드의 프리미엄 향수를 판매하는 프래그런스닷컴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공식 브랜드관을 연 것. SSG닷컴은 "최근 프래그런스닷컴의 한국인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공식 브랜드관을 열었다. 뷰티 업체와 협업을 강화해 상품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도 최근 퀵커머스 'B마트' 내에 '뷰티관'을 열어 화장품을 당일 배달하고 있다.
버티컬 커머스(전문몰)의 영역 확장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선식품보다 단가와 마진율이 높은 화장품 영역에서 경쟁 강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패션 플랫폼 업계에선 1위 무신사와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이 소비자의 구입 반경이 겹치는 화장품을 일찌감치 사업영역에 담았다. 식품에 강점을 둔 장보기 앱 컬리 역시 지난해 11월 '뷰티 컬리'를 론칭하고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기용해 주목받았다.
카카오커머스 등 상대방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선물을 보낼 수 있는 '모바일 선물하기' 시장 역시 화장품 온라인 화장품 구입처 중 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과거 매장에서 체험 후 구입하던 화장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 것으로 기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빈번하게 플랫폼에 방문하는 충성 고객들이 해당 쇼핑몰에서 화장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품 다변화로 인한 거래액 확대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화장품 시장은 올리브영 외에는 아직 주도권을 가진 업체가 없고, 버티컬 플랫폼은 브랜드 업체 기반 이커머스 대비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며 "이커머스 업체들 입장에서는 점유율 확대 여력이 있는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뷰티컬리에 대해 "화장품은 식품보다 평균판매단가(ASP)가 3배 이상 높고 컬리의 기존 물류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어 외형 및 이익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컬리의 주요 고객층 연령대는 30~40대 여성으로, 럭셔리 화장품 시장의 주요 고객층과 연령대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기존 유통기업들도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일례로 롯데쇼핑은 온라인쇼핑몰 롯데온이 운영하는 버티컬 '온앤더뷰티'에서 화장품 체험 키트 증정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온라인 화장품 시장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함께 지난해 역성장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여전히 11조원(지난해 기준 11조976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코로나19 사태로 외부활동이 줄었지만 온라인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20년 12조940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바 있다. 올해(6월 잠정치 누계 기준) 들어서는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로 인해 색조 화장 수요가 늘어난 점 등이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잠정치 기준)까지 국내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총 5조80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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