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내가 사장한다"…퇴사 4년 만에 月1000 버는 비결 [방준식의 N잡 시대]

입력 2023-10-08 07:00   수정 2023-10-08 07:58

저는 외국계 무역 회사에 다녔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일이 재미가 없어 회사를 많이 옮겨 다녔죠. 그러다 30살쯤에 '그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대표가 되어야지'라는 생각에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그 당시 모임에 초대받아 파티룸에 갔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형태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구나! 충격을 받았죠. 저도 마침 책을 쓰고 강연 모임을 하기 위해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겁도 없이 월세 60만원에 보증금 1000만원을 주고 옥탑 건물 공간을 계약했죠. 단순하게 '좀 덜 쓰고 더 아끼면 까짓것 임대료 60만원 정도는 내겠지'라는 생각이었어요. 별다른 홍보를 안 했는데 예약이 들어오더니 제가 공간을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가득 찼어요. 3개월 만에 2호점을 열었고, 1년 사이에 4호점으로 늘렸습니다. 한 지점당 최대 월 400만원 매출이 나오기도 합니다. (웃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관계를 맺기 위해 공간을 찾는다. 최근 몇 년 새 공간 대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00만원 안팎의 월세 계약으로 운영할 수 있는 '파티룸'이 주인공이다. 코로나 시기에 이벤트 모임 공간으로 떠올랐다가 최근에는 일상의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저렴해진 가격으로 △개인 스튜디오 촬영 △브라이덜 샤워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계모임 공간 등 활용 방법도 다양해졌다. 30대에 공간대여를 시작해 1년 새 4개 공간을 운영하는 이가 있다. 루프톱부터 다락방처럼 이색적인 컨셉으로 팬덤을 모았다. 4년의 경험으로 책도 쓰고 강연과 컨설팅도 활발하다. 공간대여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활동 중인 장신재(33) 씨의 이야기다.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공간대여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파티룸 '시혜적동물'을 운영하는 장신재(33) 입니다.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공간대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했죠.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이제 4년차 입니다. 현재 파티룸을 4호점까지 늘렸습니다. 현재는 책도 내고 강의와 컨설팅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처음 호스트를 하시게 됐나요.
"무역을 전공해 수출입 관련 외국계 회사에 다녔습니다. 콘텐츠 쪽에 관심이 많았죠. 브런치에 에세이 연재도 했었습니다. 마케팅 회사에서 일도 했지만, 일이 익숙해지면 재미가 없어 회사를 많이 옮겨 다녔습니다. 그러다 30살 즈음에 퇴사했습니다. 단순하게 '그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대표가 되어야지'라는 생각뿐이었죠. (웃음)"

Q. 왜 파티룸이었나요.
"예전에 모임에 초대받아 처음으로 파티룸에 갔었어요. 이런 형태의 사업이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죠. 인사이트를 많이 받았어요. 마침 저도 모임을 많이 열고 있어서 저만의 공간이 필요했거든요. 그렇게 공부하면서 자료를 모았어요. 첫 시작은 옥탑 건물이었습니다.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0만원에 저렴하게 계약했죠. '좀 덜 쓰고 더 아끼면 까짓것 임대료 60만원 정도는 내겠지'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쓰고 싶어 작업실로 활용하면서 비는 시간에는 모임을 열면 수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큰 욕심 없이 1호점을 열었습니다."

Q. 시혜적동물이란 이름이 특이합니다.
"파티룸은 굉장히 독특한 공간입니다. 특별한 음식이나 프로그램이 없어도 친구들만 있으면 어디든 파티룸이 될 수 있죠. 당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말이 떠올랐는데 너무 흔한 말이라 유니크하지 않았어요. 발음이 비슷한 단어로 ‘시혜적’이라는 말을 찾았죠. ‘은혜를 베풀다’는 의미로 뜻도 좋았습니다. '모임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자'라는 뜻으로 거창하게 지었습니다."



Q. 사업은 어땠나요.
"1호점을 등록했는데, 별다른 홍보를 안 해도 예약이 들어 왔습니다.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한 달 스케줄이 가득 찼죠.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었습니다. 3~4개월 간격으로 빠르게 확장했죠. 그렇게 1년 사이에 4호점까지 만들었습니다. 4개의 공간이 전부 달라요. △1호점은 도심 한가운데 낭만적인 루프톱이고 △2호점은 아지트 같은 분위기의 넓은 지하공간 △3호점은 다락방같이 아기자기한 분위기 △4호점은 엔티크한 응접실 느낌의 공간입니다. 각각 컨셉이 다르기 때문에 공간을 골라서 활용할 수 있었죠. 입소문이 나서 체인점 문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아직 프랜차이즈화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웃음)"

Q. 공간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공간 4곳이 관악구와 동작구에 모여 있어 혼자서도 컨트롤이 가능합니다. 청소를 도와주는 스태프가 있지만 제가 총괄 관리를 하고 있죠. 공간은 저의 비즈니스 미팅, 지인 모임, 수업 진행 등으로도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공간 대여업은 직접 공간을 사용할 일이 많은 사람이 운영해야 시너지가 좋습니다."

Q. 운영은 어떤가요.
"파티룸은 1개로 대박을 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공간마다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매출이 제한적이거든요. 공간 사업에 대한 애정과 자기만족이 없으면 계속 가꾸고 유지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결국 공간은 주인의 손이 닿아야 하고, 자기를 가장 닮은 공간이어야 합니다. 공간에는 호스트와 비슷한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남을 흉내 내거나 유행에 따르기보다 내가 잘하는 것을 고민해야 하죠."



Q. 호스트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4년차에 접어들어 아무래도 사업이 안정화되다 보니 공간을 직접 관리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현재 사업을 확장하기보다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재는 전담 청소 관리자가 있어요. 1년 이상 관계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분으로 로컬 매니저를 세웠습니다. 예약 안내는 직접 관리하고 있고, 실제 현장 관리는 로컬 매니저가 하고 있죠. 저는 1주일에 한 번 전체 공간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오전이나 잠들기 전에는 지점별로 예약 관리를 합니다. 공간 이용하기 전날 공간 이용 안내 문자를 보내고 있는데 누락되는 메시지 없게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죠. 시간상으로 여유가 많은 것이 장점입니다. 최근에는 유기 동물 소셜벤처 사업도 새로 시작했습니다. (웃음)"

Q. 운영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파티룸을 이용하고 음식을 안 치우거나 물건을 파손한 후에도 무책임하게 가시는 분들이 전체 손님의 5% 정도 됩니다. 한번 그런 일이 생기면 마음이 상합니다. 실수를 인정해 청소비를 다음날 입금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연락이 두절되거나 배 째라 하는 분들도 있죠. 악의적인 후기를 남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성비 파티룸을 지향해서 공간대여비도 저렴한 편인데 '고작 몇만 원 벌자고 욕을 먹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죠. 예전에는 그런 분들과 따지면서 싸웠는데 지금은 그냥 고객에게 맞춰주고 일을 키우려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공간에 대한 문제가 생길 경우 깔끔하게 환불을 통해 보상해드립니다. 몇만 원보다는 신뢰가 생명이기 때문이죠. 지금은 점점 재이용률이 높아지고, 단골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제 브랜드의 팬덤이 만들어진 배경인 것 같아요."

Q. 예상치 못한 문제는 없었나요.
"공간이 많다 보니까 침수, 정전, 파손 등 예상치 못한 시설 문제들이 터지기도 합니다. 급할 때는 '심부름 서비스' 앱으로 많이 해결하죠. 플랫폼을 통해 자주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동네의 다양한 아르바이트분들과 연락망을 만들어 놓은 것이 노하우입니다. 부동산 건물주와 관계도 잘 맺는 것도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공간대여 사업에 대해 꼭 언급하죠. 평소에도 싹싹하게 인사하고, 명절에는 선물도 챙기면서 성실한 청년임을 부각합니다. (웃음)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예의 바르고 조심스럽게 상황을 공유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파티룸은 소음 민원도 많아 방음 공사도 합니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해결책이죠."

Q. 부동산을 고르시는 노하우가 있나요.
"공간 대여는 거주하는 곳에서 차로 30분 거리 내 메인 번화가 중심역을 찾습니다. 본인이 관리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계약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지역은 △신림역 △서울대입구역 등 상권이 형성되고 지하철과 버스정류장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 좋습니다. 공간을 어떻게 운영할지 미리 구상해야 합니다. △화장실 위치 △바닥 컨디션 △채광 여부 △스튜디오 여부 △브라이덜 샤워 목적인지 등 컨셉이 명확하면 공간을 고르는 게 훨씬 쉽죠. 완벽한 공간은 없어요. 머릿속 밑그림 없이 '뭘 해도 대박 나는 파티룸' 같은 매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Q. 수익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저는 현실적이고 조심스러운 편입니다. 작게 일을 벌이고, 리스크가 있으면 시도하지 않죠. 그래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움직입니다. 월세는 30만~80만원 사이로 구해 최대 100만원을 넘지 않는 매물을 찾았습니다. 보증금은 1000만~1500만원으로 보통 반년 이내로 뽑았습니다. 시공과 인테리어는 셀프로 기획하고 만들었어요. 공간대여비는 패키지는 10만원 이하, 낮에는 시간당 5000원 정도로 설정해 가성비 있는 모임 공간을 추구했죠. 보통 프리미엄 파티룸은 대관비가 몇십만원이 필요해 특별한 날에만 가게 되는데, 일상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가격대를 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혼자 오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연인들이 데이트 코스로 영화 보고 가볍게 음식 해 먹으며 놀기도 하고, 동네 어머님들 모임을 우리 파티룸에서 하기도 하죠. 잘 될 때는 한 지점당 월 400만원이 넘는 매출이 나기도 하지만 사업 특성상 월 편차가 다소 있어, 평균적으로 지점당 매출 200만원 내외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웃음)"

Q. 제2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파티룸이 최근 들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리스크가 적기 때문에 도전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것 자체가 쉬운 것이 아니죠. 화려하게 운영되는 것만 봐서는 안 되고 최악도 가정을 해보고 신중하게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신중하게 공간을 하나하나 만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으시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버는 것도 좋아지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공간대여 사업도 제가 행복하여지려고 시작했던 것이고, 그런 만큼 더 열심히 하게 되어 좋은 결과들이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공간대여업은 인생의 커다란 터닝포인트였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며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되는 삶에 가까워졌죠. 워라밸이 아무리 유행하더라도 일과 삶은 결국 서로 떨어질 수 없습니다. 어떤 일을 하면 내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한 번쯤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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