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난이 반복되는 사회

입력 2023-08-27 17:33   수정 2023-08-28 00:09

최근 한반도의 주요 이슈였던 집중호우, 태풍 카눈, 잼버리 행사 등 세 가지 사건을 결과로 비교해보면 두 사건은 대응에 실패했고, 한 사건은 비교적 성공한 대응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다가오는 재난, 사고 등이 예측되면 얼마나 준비와 대응을 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분당 정자교 붕괴, 이태원 참사 등의 사고를 겪으면서 수많은 사고 원인을 발굴했다. 관련자를 처벌했고 새로운 기준과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했음에도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근본적 문제는 사고 조사 및 수사에 대한 ‘관점’에 있다. 우리는 사고를 사건의 연속에 따른 결과로 보고, 최초 원인으로 보이는 현상을 뒤돌아보면서 수많은 위반을 발견해 그것을 개선하면 유사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대책은 지키기 어려운 매뉴얼, 절차 등을 만들고 관련자를 처벌해도 또 다른 법 위반자가 발생한다. 오죽하면 노동자 파업구호가 ‘규칙대로 일한다(work to rules)’일까!

사고를 이해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사고를 조사할 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요소들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즉 위험에 대한 지식 및 경험, 사건 전개에 따른 사람들의 인식 변화, 인간의 인지 시스템, 다양한 목적의 충돌, 자원의 부족 및 사전 제약, 모호함과 딜레마 등 여러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상황 및 조건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하다. 참사 속에 관계된 사람들의 제한된 합리성을 이해하는 것이 사고 재발을 막는 데 필수적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현대 사회의 리스크는 유동적이어서 우리가 간단하게 예측하기 힘들고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이 쉽게 포착하기 어렵다. 다시 말하면, 다음에 발생할 재난과 그 크기는 우리가 진정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정도로 발생할 것이다.

사고 조사 관점 및 접근법, 발생 원인 이해, 대책 수립 방법 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수의 요소가 서로 연결돼 나타나는 복잡성에 적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독감에 걸린 사람들에게 어디서, 왜 걸렸는지 물어보면 추정은 하지만 근본적 원인을 모를 때가 많다. 사고 원인을 우리가 모를 수도 있다. 더욱이 원인이 없어도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매일 자신의 역할을 다했는데도 어떤 경우는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요소들의 상호 연결성 및 작용 때문이다. 사고 예방 업무는 그런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고로부터 잘 배우고 특히 취약 요인을 발견하면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사고로부터 진실을 배울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시스템은 항상 실패하고 사고는 발생한다. 다음은 우리 사회 어디에서 재난이 일어날지 뒤돌아보자. 그것이 안전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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