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AI 기술 특성상 특정 기업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SK텔레콤, KT, 네이버 같은 국내 기업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 기업도 AI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우군을 찾고 있다.
AI 동맹 몸집 불리는 SK텔레콤
2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참여한 통신사 AI 동맹인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는 통합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있다. LLM은 다양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한 초거대 AI다. 오픈AI의 GPT-4나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가 대표적인 LLM이다.SK텔레콤은 독일 미국 등 12개국에서 사업하는 도이치텔레콤, 중동·아프리카 주요 통신사인 이앤그룹, 호주·동남아시아 등 21개국을 무대로 하는 싱텔 등과 손을 잡았다. 타사와 힘을 합쳐 LLM 구축에 쏟을 비용과 시간을 AI 서비스 개발에 할애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국내 AI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 구성한 수직적 동맹도 몸집이 커졌다. SK텔레콤이 국내 7개사와 2월 출범한 ‘K-AI 얼라이언스’엔 반년 새 5개사가 새로 합류했다. 사피온(반도체), 코난테크놀로지(검색 소프트웨어), 몰로코(머신러닝), 베스핀글로벌(클라우드 관리) 등에 이어 스캐터랩(챗봇), 페르소나AI(AI 컨택센터), 씨메스(로봇 소프트웨어) 등이 공동 전선을 이루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3일 미국 생성 AI 기업인 앤스로픽에 1억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KT도 2020년 2월 산·학·연 동맹인 ‘AI 원팀’을 구축하고 자체 AI 생태계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LG전자, 한진, 우리은행 등 기업뿐 아니라 KAIST,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힘을 합쳤다. KT는 지난해 반도체 설계 업체인 리벨리온, 인프라 솔루션 업체인 모레 등에도 투자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을 아우르는 ‘AI 풀스택’을 갖췄다. KT는 매개변수(파라미터)가 2000억 개 이상인 대형 LLM ‘믿음’을 개발하고 있다. 연내 출시가 목표다.
네이버도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고객사, 데이터 파트너, 클라우드 관리 사업자(MSP) 등 70여 개 업체와 함께 ‘AI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넥스트 오픈AI’ 투자에 빅테크 혈안
IT 기업들이 연합군을 이뤄 AI 생태계를 발 빠르게 마련하려는 이유는 생성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서 찾을 수 있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생성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398억달러(약 53조원)에서 2032년 1조3036억달러(약 1730조원)로 약 33배 성장할 전망이다. 성장 동력은 지난해 AI 시장 규모의 85%를 차지한 인프라 산업이다. 서버, 클라우드 등이 포함된다. 블룸버그는 “인프라 산업이 성장하면 교육, 광고, 생명과학 등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뒤따라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해외 빅테크도 AI 동맹의 체급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에 메타의 AI 모델 ‘라마2’를 통합하기로 했다. 메타 경쟁사인 오픈AI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내놓은 결정이다.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 기업인 VM웨어와 손잡고 내년 초 생성 AI 플랫폼을 출시하기로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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