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 생산시설 중 하나인 안벽(선박을 해안에 접안시켜 의장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물)에 설치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화물창 안으로 들어가자 근로자들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한창 작업 중이었다. 완성되면 LNG로 채워질 화물창의 밀폐를 위해 로봇 등의 자동화 장비가 용접한 부분을 근로자들이 꼼꼼하게 점검했다. LNG 운반선을 나오자 서남해안을 따라 늘어선 2개의 도크와 1개의 육상건조시설, 6기의 골리앗크레인 등에 선박이 가득 차 있었다. 이 회사 임윤선 책임매니저는 “3년 반치의 일감이 쌓여 있어 안전하면서도 빠르게 작업하는 게 요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다른 자회사인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올해 수주 실적은 목표액의 67%, 90% 수준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올해 수주 목표의 절반을 넘겼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삼호중공업의 실적이 월등한 것이지 다른 조선사들도 주목받을 성적”이라고 했다.
일감을 많이 쌓아둔 현대삼호중공업은 올 들어선 비싼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올해 수주한 34척은 LNG 운반선과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이 13척, 컨테이너선이 19척 등 모두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김진배 현대삼호중공업 계약관리담당 상무는 “작년에도 86억달러어치 이상을 수주해 올 들어선 수주를 탄력적으로 하려고 했는데도 각국 선주로부터 계약이 쏟아졌다”며 “선종별로 도크가 다르기 때문에 생산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전략을 세워 수주 계획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주 랠리로 조선소가 들어선 영암군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11년 6만 명을 넘었던 인구는 조선업 쇠퇴로 2021년 5만2000명으로 주저앉았다가 작년에 5만3052명으로 반등했다. 2700명의 현대삼호중공업 외국인 근로자까지 합하면 실제 생활인구는 더 많이 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첨단 설비를 기반으로 현대삼호중공업은 그룹 내에서 고부가가치 최신 선박 건조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친환경 선박으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 메탄올선의 경우 현대삼호중공업은 19척을 수주했다.
태풍의 통상 경로에서 벗어난 서남해안에 조선소가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협력사들이 조선소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영암 대불공단에 몰려 있어 블록 제작과 운송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다.
특히 HD현대의 브랜드 이미지를 공유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상호 협력을 통해 수주에 나서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그룹 조선 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현대미포조선은 중형선에 특화하고 현대삼호중공업과 HD현대중공업은 도크 상황에 따라 선별 수주하는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영암=김재후/김형규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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