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벤처썸머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벤처투자 시장을 지금보다 세 배 정도 큰 30조원 규모로 성장시켜야 한다”며 “벤처금융 활성화를 위한 BDC 제도 도입을 하반기 중점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성 회장이 도입을 주장한 BDC는 공모펀드를 조성해 민간 자금을 모집한 뒤 펀드를 한국거래소에 상장시켜 개인이 비상장 벤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BDC가 도입되면 벤처시장에 민간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게 성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정책 금융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BDC는 민간 자금을 대규모로 유치해 기업 성장을 촉진하고 정책 금융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금융위기 전후 BDC가 활성화돼 115개가 운영되고 있고, 영국에도 57개의 투자기구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BDC 도입 법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성 회장은 “벤처시장이 어려울 때일수록 선진 금융제도를 도입해 지속적이고 과감한 혁신 자본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회장은 모태펀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도 정부에 요청했다.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 규모는 총 4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2% 급감했다. 그는 “작년부터 이어진 3고 위기와 투자심리 위축,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벤처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내년 모태펀드 예산 편성 때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주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 도입도 협회의 주요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RSU는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해 고성과자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스톡옵션과 달리 부여받은 주식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다.
성 회장은 “RSU는 해외에서는 보편적인 보상 방식이지만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로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상법상 이익이 나지 않은 자기자본잠식 상태의 비상장사는 자사주를 살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RSU를 전면 도입하면 벤처·스타트업이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쉬워질 것”이라며 “RSU는 받는 동시에 세금을 내야 하는데 매각할 때까지 이를 유예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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