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 400㎞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떠 있다. 각국 우주 비행사들이 왕복선을 타고 오가며 연구하는 곳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 기업 미국 스페이스X 우주 왕복선 ‘크루 드래건’의 일곱 번째 발사가 지난 26일 오전 3시27분(EDT: 미 동부 서머타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크루 드래건(프로젝트명 크루-7)은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39번 발사장에서 팰컨9 로켓을 타고 ISS로 향했다. 크루-7은 약 30시간을 날아가 ISS에 도킹한다.
발사 2분40초 후 우주선을 태운 2단과 1단 분리가 이뤄졌다. 재사용 로켓인 1단은 방향을 180도로 전환해 지구로 돌아왔다. 발사 시점으로부터 7분30초 지나 케네디 우주센터 바로 옆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일반인들 뿐 아니라 과학자들이 봐도 언제나 경이롭다고 하는 재사용 로켓 팰컨9의 ‘귀환 퍼포먼스’다.
크루-7엔 우주 비행사 4명이 탑승했다. 4명의 국적이 모두 달라 그동안 스페이스X가 진행한 우주 왕복 미션 중에 ‘가장 국제적(international)’이라고 외신들이 평가했다. 이들은 약 6개월간 ISS에 머물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재스민 모그벨리, 유럽우주국(ESA) 소속 안드레아스 모겐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후루카와 사토시, 러시아 우주국(ROSCOSMOS)의 콘스탄틴 보리소프가 크루-7에 탑승했다. 모겐센과 후루카와는 여러 번 우주 정거장을 오간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모겐센은 ESA 소속 우주 비행사로는 처음 크루 드래건에 탑승했다. 후루카와는 한 인터뷰에서 ISS로 가져가고 싶은 음식으로 찐 밥, 한국산 카레, 모찌를 꼽아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 출신 보리소프는 이번이 첫 번째 ISS 방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셀 수 없는 인명 피해를 내고 있는 전범국이지만 ISS 미션엔 별다른 제재 없이 참여하고 있다. NASA와 ROSCOSMOS가 이전에 맺은 계약과 ISS 운영상 문제 때문이다.
ISS엔 러시아 지분이 많다. 이들을 맞이할 ISS는 24일 우주 파편들을 피하기 위해 회피 기동을 했다. 회피 기동을 유발한 건 ISS를 구성하고 있는 러시아의 ‘즈베즈다 모듈’이다. 이 모듈은 이날 오전 11시(EDT 기준) 기동을 시작했고, NASA는 이메일로 기동 사실을 전달받았다. 즈베즈다 모듈은 ISS 고도 유지, 추진, 유도항법제어 등을 담당하는 핵심 부분이다.
NASA 관계자는 “ISS의 즈베즈다 모듈이 21.5초간 동작했다”며 “우주 파편과 충돌이 예상되는 궤도를 벗어나도록 조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모듈 동작으로 ISS는 약 500m 아래로 이동했다. ISS는 1999년 이후 30번 이상 회피 기동을 했다.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 등 ‘우주 쓰레기’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NASA는 ISS 주변 50㎞에서 직경이 불과 5㎝인 작은 파편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크루-7 도킹에 앞서 ISS 거주 과학자들과 이번에 합류하는 4명이 쓸 각종 물자와 식량을 실은 러시아의 우주 화물선 ‘프로그레스-85’가 25일 오후 11시50분(EDT 기준) 도착했다.
한편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도착한 인도의 찬드라얀 3호는 로버(달 탐사 로봇)를 내보내 임무를 시작했다고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24일(GMT: 세계 표준시 기준) 밝혔다. 로버의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지혜’를 뜻하는 프라그얀(Pragyan)이다.
프라그얀은 2주간 달의 먼지와 자갈 등의 화학적 조성을 연구하면서 착륙 지점 주변을 탐사한다. 물이 얼마나 많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한 임무다. 달의 남극엔 얼음 형태로 물이 상당량 매장돼 있을 것으로 전 세계 과학자들이 추정해 왔다. 이 가설이 맞는지 여부가 프라그얀의 활약에 달렸다. 물이 있다면 인류가 심(深)우주로 나아갈 기지를 달에 지을 수 있다. 건물이나 공장을 돌리는 에너지와 로켓 등에 넣을 각종 연료를 물의 구성 성분인 수소로부터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저궤도 상공에 고립된 채 떠 있는 ISS와는 차원이 다른 우주 개발의 전략적 거점이 달에 마련되는 것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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