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30일 09:0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 코스닥 시장 상장 건수(스팩 합병, 이전 상장 제외)가 작년에 이어 100개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차전지주 급등으로 인한 코스닥 시장의 이례적인 활황과 금융당국의 가격제한폭 400% 확대 등으로 IPO시장의 투기적 속성이 강해진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지난달 기술특례상장을 장려하면서 중소형 기업의 상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올해 코스닥 상장은 하반기 더 늘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코스피1곳 VS 코스닥 69곳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까지 상장을 마치 코스닥 기업 수는 올해 69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 (62곳), 2021년(60곳)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예비심사 승인 기업(21곳)을 비롯해 45곳의 기업이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코스닥 상장 건수는 작년(112곳)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정부의 특례상장 문호 확대로 중소기업 상장이 매년 늘고 있다”고 말했다.코스닥 기업공개(IPO) 시장은 2010년대 부침을 겪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맞은 뒤 상장 건수는 급격히 줄어 2010년대 초중반에는 평균 30~60곳의 기업이 상장했다. 하지만 2015년 기술평가제도 개선과 2020년 초저금리 정책으로 2021년 이후 매년 100곳의 기업이 상장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30%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건수는 2021년 31곳(33%), 2022년 28곳(35%), 올해 22곳(31%)으로 집계됐다. 기술특례상장의 중축이던 바이오기업의 상장은 올해 5곳으로 줄었으나 대신 필에너지, 파두 등 2차전지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 속속 데뷔했다.
코스닥 시장 상장이 쉬워지면서 투자금 회수 등에 목이 마른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 증권사들이 앞다퉈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NH증권은 올 하반기에만 코스닥 기업 9곳을 포함해 총 10건의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한 VC대표는 “올 상반기 예상과는 다르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코스닥 상장 붐은 정책 때문
올 8월까지 IPO가 넥스틸 1곳밖에 없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 상장 붐의 원인을 크게 △코스피 대비 높은 코스닥 수익률 △특례상장 규제 완화 △가격제한폭 400% 확대 등 세 가지로 보고 있다.코스닥 시장은 코스피 시장과 다르게 ‘정책 시장’으로 불린다. 정부 정책의 영향에 따라 상장 기업 수가 증감하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거래소 등이 기술특례상장 문을 넓히면서 오픈놀(760억원) 버넥트(1180억원) 등 시가총액 1000억원대 소형 기업의 상장이 늘어났다.
코스피 수익률을 웃도는 코스닥 수익률을 IPO 활황의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올 상반기 코스피 수익률은 14.66%를 기록했으나 코스닥은 27.82%를 나타냈다. 에코프로 등 2차전지주의 주가가 큰 폭을 뛰면서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기에 신규 상장 종목의 첫날 가격제한폭이 400%로 확대되면서 투기성 자금이 코스닥 IPO 시장이 몰렸다.
다만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코스닥 상장 기업의 높은 변동성은 유의해야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 기업은 수량이 적고 시가총액이 작아 주가가 널뛰기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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