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싸는데 긴장되네요"…'베를린 대첩' 앞둔 삼성·LG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3-08-29 06:00   수정 2023-08-29 09:33


"독일행 캐리어 싸면서 그때를 떠올렸죠. 지금도 아찔하고 긴장됩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큰 싸움을 벌였다. 베를린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자리 안팎에서다. 두 회사는 상대방 세탁기를 부쉈다거나 TV 제품 품질을 깎아내렸다며 신경전을 벌였다. 독일에서 빚어진 충돌은 소송전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때를 경험한 두 회사 관계자들은 "보도자료 준비하고 맞대응 논리를 짜느라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올해도 IFA에서도 이 같은 신경전이 재연될지 관심사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9월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23에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참석한다. 자사의 전시 부스를 돌아볼 계획인 두 사람이 상대방 업체를 방문할지도 관심사다. 여기에 두 회사가 상대방 제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도 눈길을 끈다.

두 회사의 베를린 악연은 2014년 9월에 시작됐다. 조성진 당시 LG전자 사장이 IFA가 열리던 당시 베를린의 한 가전 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독일 사법기관과 한국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LG전자도 증거위조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삼성전자 임직원을 맞고소했다.

5년 뒤인 2019년 9월 베를린 IFA 현장에서 두 회사는 또 충돌했다. 당시 LG전자는 전시장에 화질을 비교 시연하는 코너를 만들어 "삼성전자 QLED 8K TV 화질은 국제기준 미달"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발끈했다. 두 회사는 국내에서 TV 기술 설명회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서로를 신고했다. 두 회사는 비방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2020년 모두 신고를 취하했다.

IFA에서는 서로 제품 기술을 뽐내는 자리인 만큼, 이 같은 충돌이 잦다는 평가다. 전 세계 취재원이 몰리는 만큼 임직원들이 흥분해 이 같은 사달이 벌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두 회사가 한 TV 제품을 바탕으로 '화해 무드'가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탑재한 삼성전자의 83형(대각선 길이 약 211㎝) OLED TV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12일부터 LG디스플레이 OLED를 탑재한 83형(대각선 길이 약 211㎝) OLED TV를 미국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삼성이 IFA 2023에서 이 제품을 전시할지도 관심사다. 삼성과 LG가 손잡은 제품이 등장하면 그만큼 두 회사의 신경전도 누그러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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