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쿠라의 면적은 39.53㎢로 서울 강남구 크기다. 인구는 17만 명으로 강남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작은 도시에 매년 인구의 100배가 넘는 2000만 명 안팎의 관광객이 모여든다. ㎢당 관광객 수(2017년 기준)는 130명으로 일본의 대표 관광도시인 교토(40명)의 세 배를 넘는다.
가마쿠라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이곳은 가마쿠라 막부(1185~1333년) 150여 년간 일본의 실질적인 수도였고, 일본 서핑의 발상지다. 인기 만화 ‘슬램덩크’와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무대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만이 가마쿠라가 갖춘 매력의 전부가 아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 장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휴가철을 맞아 유이가하마 해변에 들어선 식당과 술집을 관찰하니, 비치파라솔부터 음료수 한 잔까지 전부 정가제였다. 가게 입간판과 벽면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유이가하마 해수욕장 홈페이지에는 가게 위치 지도와 메뉴, 가격이 전부 표기돼 있었다.
합리적인 가격에 또 한 번 놀랐다. 225g에 2800엔(약 2만5316원) 하는 스테이크를 제외하면 2000엔(약 1만8000원)을 넘기는 음식 메뉴가 거의 없었다. 비치파라솔을 종일 빌리는 가격은 1500엔이었다. 모든 가게에서 스마트폰 결제가 가능했다.
이 해변의 식당 ‘파파야’는 6~8월에만 장사하는 가게다. 파파야 지배인은 “테이블, 파라솔, 물놀이 도구의 대여 가격은 상가 조합에서 결정하고 먹을거리 가격만 가게의 자율”이라고 설명했다. ‘한철 장사인데 가격을 더 올려 받아 이익을 남겨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러면 손님들이 다른 가게로 가버린다”고 답했다. 가마쿠라가 일본 젊은이들이 주말 데이트를 하러 오는 곳, 내국인못지 않게 외국인 관광객에도 인기 관광지가 된 비결을 알 수 있었다.
최근 일본 관광지들은 ‘리피터율(재방문율)’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관광통계에도 ‘리피터율’이 주요 항목이다. 눈앞의 이익을 좇아 한철 장사하지 않는 곳이라는 자부심과 관광객들이 또 찾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장소라는 자긍심이 드러난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연간 3188만 명의 외국인이 일본을 찾았다. 이 가운데 일본을 처음 방문한 관광객 비율은 35.8%였다. 나머지 64.2%는 적어도 두 번 이상 일본을 찾은 경우였다. 심지어 ‘10번 이상’ ‘20번 이상’ 일본을 방문했다는 외국인 비율도 각각 8.5%와 6.8%였다.
일본에서 가장 복닥거리지만, 바가지가 없는 가마쿠라는 다시 찾는 사람이 더 많은 관광지다. 가마쿠라를 다시 찾은 관광객 비율은 54.1%로 첫 방문자(45.9%)를 웃돌았다. 사람들한테 그렇게 시달리고도 가족 모두가 ‘또 가고 싶다’는 걸 보면 과장된 수치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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