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8시 서울 신촌동의 한 변호사시험 전문 학원. 로스쿨 재학생 이모씨는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을 졸업한 로스쿨 학생들마저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다.
로스쿨을 다니는 예비 법조인들이 사교육에 잠식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비(非)법학 전공자가 3년 만에 모든 교육과정을 흡수하기가 벅차다는 이유가 크다. 대학가에서는 학원이나 개인 과외를 받지 않으면 시험에 합격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합격만을 위한 공부를 원하지만, 교수들이 가르치는 수업은 다른 경우가 많아서다.
로스쿨은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이 처음 문을 열며 시작된 제도다. 다양한 전문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미국의 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변호사시험 합격만을 위해 달리는 학생들의 전쟁터로 전락한 지 오래다.
고액 과외까지 우후죽순 늘어날 정도다. 매일 4~5시간씩 1 대 1 지도를 받는 데 한 달에 500만~2000만원을 쏟아붓고 있는 이들도 있다. 잘 가르친다는 소문만 나면 부르는 게 값이다. 합격에 절실한 재수생들이 쌈짓돈을 들고 찾아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변호사시험은 다섯 번 시험을 봐서 합격하지 못하면 응시 자격을 잃는다.
‘학원 뺑뺑이’를 자처하는 학생도 있다. 시험 합격률이 점점 하락하며 ‘대학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12년 87.1%였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올해 53%로 떨어졌다. 매년 불합격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응시 인원이 증가한 것이 합격률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기간 변호사시험 불합격자는 214명에서 1530명으로, 응시 인원은 1665명에서 3255명으로 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법학 교육과 관련된 보고를 받은 뒤 “변호사시험 과목 위주의 교육 편중 현상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 취지와는 달리 오로지 시험 합격만을 위한 교육처럼 변질하자 정부가 직접 해결책을 강구하는 모양새다. 변호사시험용 학교로 변질한 로스쿨을 도입 취지에 맞게 되살리기 위한 대책 논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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