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서 29년간 일한 장동철 전 현대모비스 부사장(사진)은 ‘편지 보내는 리더’로 유명하다. 그가 2003년, 입사 13년 차에 처음 팀장을 맡으면서 한 첫 번째 다짐은 “내 선배들과는 다르게 ‘소통하는 리더’가 되겠다”였고 그 수단은 편지였다. 편지 쓰기는 그가 부사장에 오르고 은퇴할 때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보낸 편지만 3000통에 달한다. 장 전 부사장이 지난해 말 펴낸 <제법 괜찮은 리더가 되고픈 당신에게>는 수천 통의 편지 중 120여 편을 정리한 책이다.
장 전 부사장이 17년이라는 세월 동안 편지를 놓지 않은 이유는 소통하지 않는 선배들에게서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획일적이고 수직적인 회사 분위기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후배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소통하는 리더가 되기로 다짐한 계기”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리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가치를 ‘직원들의 행복’이라고 여긴다. 직원들이 행복하게 자발적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좋은 리더라는 설명이다. 그에게 최악의 리더는 직원을 쉬지 못하게 하고 후배를 일꾼처럼 부려 먹는 사람이다. 그는 “직원이 만족하고 재미를 느끼면 먼저 나서서 일에 몰두하고 성과를 낸다”며 “직원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은 리더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직원의 행복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경쟁자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을 따라가기만 해선 부족하다”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새로운 걸 창조해야 세계적인 기업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화두인 ‘직장 내 MZ세대와의 갈등’에 관해 묻자 “당연한 현상”이라고 답했다. 장 전 부사장은 “갈등은 혁신의 과정”이라며 “기존의 상식과 방법이 무너지는 시기는 항상 찾아온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갈등으로 보이겠지만 길게 보면 조직이 발전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사회 초년생과 어린 직원들에게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조건 반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가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실현할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때로는 인내할 필요도 있다”며 “그런 고민이 없는 갈등은 투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회사 생활을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었다. 그는 부하직원들의 취중 진담을 들은 경험을 얘기했다. 장 전 부사장은 “그동안 현대차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국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일도 있었지만 되돌아보면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가 가장 큰 보람을 느낀 것은 후배로부터 “선배와 함께 일하게 돼 행복하다”는 말을 들은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에게 어떤 선배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장 전 부사장은 “지나가다 마주쳐도 반가운 선배”라고 대답했다. 그는 은퇴한 지금도 후배들이 종종 먼저 연락해와 같이 밥을 먹는다. “많이 부족한 선배였는데도 따라준 후배들이 있어 매우 행복해요. 후배들이 피하지 않고 반기는 선배, 그게 정말 성공한 선배의 모습이 아닐까요.”
글=구교범/사진=임대철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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