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가 의료계의 반대로 반쪽 서비스로 전락한 데 이어 이번엔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불편한 서비스’로 변질되게 됐다. 비대면진료 국내 톱2 플랫폼인 닥터나우와 나만의닥터가 다음달부터 시범사업 대상자임을 서류로 증빙하는 환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비대면진료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등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는 이달까지인 시범사업 계도 기간이 종료되면 이용자의 서비스 접근 방식을 전면 변경하기로 했다. △재진환자 △섬·벽지 거주자 △거동이 불편한 65세 이상 고령자 △만성질환자 등 시범사업 대상자임을 입증할 서류를 제출해야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는 의료진이 진료 과정에서 시범사업 대상을 가려내는 방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시범사업 대상자 여부를 미리 가려내지 않다 보니 의사가 비대면진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원격진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8월 평균 진료 취소율은 6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계도 기간이 끝나면 시범사업 대상자가 아닌 환자의 비대면진료를 중개했다가 처벌받을 수 있다”며 “부득이하게 서비스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환자들이 일일이 서류를 제출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환자의 불편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두 업체의 점유율은 약 80%다. 이 업체들이 서비스 정책을 바꾼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환자의 개인 의료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워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예외적 초진 대상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기관정보마당 정보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정보는 환자 본인과 의사만 확인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해당 정보 공유를 검토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비대면진료 이용자가 급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일이 모든 자료를 떼서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환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결국 서비스 중단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비대면진료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회원 6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65세 거동불편자, 장애인, 감염병 확진자 등도 예외적 초진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61%는 소아 대상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어 초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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