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의 일부 조합원이 최근 구청에 "A조합장이 거주의무를 이행하지 않은것과 관련, 사실관계 확인해 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접수했다. 구청은 조합에 확인 요청 공문을 조합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A조합장 또한 공문을 받고 대응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장의 거주유무는 주민등록법과도 관련 있는데다, 조합원 자격과도 직결되는 주요 사안이다. 더군다나 조합장의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제41조제1항에 따라 선임일부터 해당정비구역에 거주해야 한다. 또 조합장은 선임일부터 제74조제1항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을 때까지는 해당 정비구역에서 거주해야 한다.
한남2구역의 조합장 선출총회는 지난 5월30일이었고,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득한 건 6월12일이었다. 하지만 민원에 따르면 A조합장은 소유하고 있는 지번에 거주한 적이 없고, 지난 21일 세입자로 전입한 지번은 다른 주소라는 주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A조합장은 최근 이사하기 전까지 소유지번에 거주했다고 주장하지만, 인근 주민들이 조합장을 목격한 적은 아예 없어 위장전입이 의심되는 상황이다"라며 "이에 용산구청에 민원을 접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A조합장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조합장의 지위가 유지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이미 코 앞에 와 있다. 한남2구역은 지난해 11월 대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지만, 조합장이 바뀌고 시공사와의 계약을 미루더니 해지를 추진하고 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이달 중에 시공사와의 계약했어야 했다. 조합 이사회는 오는 1일 대우건설 시공사 지위 박탈에 대한 대의원 안건을 상정하고, 17일에는 총회를 열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삼성물산 측에 시공사 재선정 시 참여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며 시공사 교체 의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고위 관계자는 "그럴 일이 없다"고 답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미래형 주거모델인 '래미안 더 넥스트'을 발표하면서 수주전에 적극 참여할 뜻을 비쳤다. 그러면서 "여의도와 한남동, 압구정이나 강남에서 초고층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우선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강변 라인의 초고층이 가능한 지역에 신규 수주전에 뛰어들겠다는 뜻이지, 기존 시공사들을 밀어내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복수의 관계자들 얘기다.
더군다나 시공사를 교체하려면 기본적인 현장 설명회, 홍보기간 등만해도 6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사업기간이 지연되면 그만큼 사업비도 불어나게 된다. 행여라도 유찰이 된다면, 사업 기간은 더 늘어난다. 최근 서울 내에 입지가 좋은 편인 조합들도 사업성이나 공사비 등을 이유로 시공사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유찰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조합은 3~4회까지 유찰이 발생하자 높아진 사업비를 감당하면서 수의계약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남2구역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합 단체채팅방에서 한 조합원은 "조합에서 시공사 해지라는 답은 정하고 밀어부치고 있다"며 "삼성이 들어온다면, 대우에 버금가는 약속을 제시하고 조합원을 설득하는 게 순서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한남2구역은 지하 6층∼지상 14층 아파트 30개동에 총 1537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7900억원 규모다. 한강, 남산, 용산공원을 모두 조망할 수 있고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입지를 갖추고 있다. 한남뉴타운에서 핵심입지라는 강점에도 조합은 내홍을 거듭하고 있다. 2021년 12월 조합장을 비롯해 주요 집행부가 해임됐으며, 2022년 4월 새 조합장을 뽑았지만 각종 의혹 제기와 소송에 물러났고, 현재의 조합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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