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급류가 몰아치는 경사 40도의 콘크리트 터널 길을 새빨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거침없이 거슬러 오른다. 1분에 750t의 물이 쏟아지는 이곳 아이슬란드 카우라흐뉴카르 댐의 방수로 길이는 294m. 세계에서 가장 길다. 자칫 삐끗하면 90m 아래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모험이지만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손쉽게 성공시켰다.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애호가의 시선을 잡아끈 신형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첫 등장 장면이다.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다이내믹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2005년 첫 출시된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10년 만에 완전 변경을 거쳐 돌아온 3세대 모델이다. ‘스포츠 럭셔리 SUV’의 대표 차량에 걸맞게 성능과 기술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플랫폼부터 확 바꿨다. 3세대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뼈대가 된 MLA-플렉스 플랫폼은 이전 모델보다 최대 35% 더 향상된 3만3000Nm/deg의 비틀림 강성을 제공한다. 통합 섀시 컨트롤 시스템으로 제어 기능을 더욱 개선해 차량의 반응성과 민첩성을 크게 높였다.
외관의 세련미도 돋보인다. 매끈한 표면과 역동적인 스탠스, 레인지로버만의 실루엣이 특징이다. 플러시 글레이징, 플러시 도어 핸들 등 차체 어디에서도 돌출된 부분을 느낄 수 없도록 이음새 없이 정교하게 처리한 마감 기술도 인상적이다. 그 결과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공기 저항 계수는 이전 세대 모델보다 15% 개선된 0.29Cd에 불과하다.
인테리어는 비행기 조종석(콕핏)과 같은 구조로 운전자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고안된 랜드로버의 트레이드 마크 ‘커맨드 드라이빙 포지션’도 그대로 적용됐다. 어떤 환경에서도 탁월한 시야를 확보해준다. 머리를 감싸는 헤드레스트와 넓은 센터 콘솔, 높은 웨이스트 라인 등 운전자를 감싸는 콕핏 구조는 오직 주행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브랜드 최초로 ‘전환 가능한 볼륨 에어 스프링’이 도입된 다이내믹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이중 구조 에어 챔버로 서스펜션 작동 대역폭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역동적인 주행을 할 때는 에어 챔버 내 압력이 증가하면서 서스펜션 기능이 더욱 강화돼 안정적인 코너링과 민첩한 주행이 가능해지는 원리다.
이 밖에도 최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다이내믹 리스폰스 프로’ 기능은 급격한 코너링을 할 때 최대 1400m의 토크를 각 차축에 가해 안정적인 차체 제어를 보장한다.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2’는 노면 상태를 초당 500회 모니터링하면서 액티브 트윈 댐퍼를 지속적으로 제어해주는 기술이다. 불필요한 차체 움직임을 줄여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최상의 승차감을 만들어준다.
브랜드 최초로 도입된 ‘어댑티브 오프로드 크루즈 컨트롤’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다양한 알고리즘에 따라 차체의 틸팅(기울어짐), 롤링(좌우 흔들림), 피칭(거동 변화), 요잉(앞뒤 회전)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차량의 최적 주행 속도를 조정해주는 기능이다. 랜드로버의 최신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2’도 옵션으로 함께 선택 가능하다. 이를 통해 최상의 오프로드 주행을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파워트레인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포함된 직렬 6기통(I6) 인제니움 엔진이 적용됐다. I6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이 적용된 P360 모델은 최고 출력 360PS와 최대 토크 51㎏.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6초 만에 도달한다. I6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탑재된 D300 모델은 최고 출력 300PS, 최대 토크 66.3㎏.m로 제로백은 6.6초다.
3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에는 피비 프로(PIVI Pro)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처음으로 장착됐다. 한국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티맵모빌리티의 T맵 내비게이션을 기본 내장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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