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정유로 시작해 배터리까지…"혁신적 R&D 경영이 원동력"

입력 2023-08-29 09:54   수정 2023-08-29 09:55


강력한 리더십에 기반한 혁신적 연구개발(R&D) 경영이 SK이노베이션이 정유회사에서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이지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R&D 경영 40주년 성과 발표' 콘퍼런스에서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29일 SK이노베이션이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환경과학기술원의 전신인 기술지원연구소를 설립한 1983년을 R&D 경영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이지환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SK이노베이션은 정유업의 원천적 한계를 극복하고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며 "R&D에 대한 강력한 투자와 도전, 때로는 실패를 감수하는 정신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R&D 경영에 대한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정유업계 R&D 거점시설로는 최초로 1983년 울산에 기술지원연구소를 마련했다.

또 1970년대 석유파동(오일쇼크)을 겪었던 그는 정유회사에서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R&D의 방향을 설정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후 연구소는 1995년 대전 대덕구 유공대덕기술원(현 환경과학기술원)으로 거듭나 오늘날 SK이노베이션 '그린 R&D'의 초석이 됐다.

이어 최태원 회장은 선대회장의 기술 중시 철학을 계승·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R&D 분야를 기존 주력 사업인 에너지, 화학에 머무르지 않고 그린 기술을 지향하도록 독려하면서 친환경 기술 개발 선도해왔다.

이 교수는 "R&D라는 것이 단순히 시간과 돈을 들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떤 기술을 연구개발할 것인지, 사업 부문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협력할 것인지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하느냐가 R&D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기후변화 대응과 ESG 이행은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어려운 과제"라며 "새로운 방향으로 R&D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비전 제시가 중요한데, SK이노베이션은 가고자 하는 방향의 비전 제시가 명확하고 의지도 강하다"고 평가했다.

또 두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이 단순한 R&D가 아닌 연구사업개발(R&BD·Research & BusinessDevelopmen) 구조를 갖추고 있는 점을 경쟁 우위 요소로 꼽았다.

R&D와 인재 확보 등의 노력이 기업의 실질적 사업으로, 그리고 재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것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R&BD 성과는 에너지·소재 분야 글로벌 경쟁력 확보로 이어졌다.

1995년 세계 최초로 정유공장의 미전환유(UCO)를 원료로 고급 윤활기유인 유베이스(YUBASE)를 생산하는 공정기술을 개발했고, 2005년에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3번째로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리튬이온 배터리용 분리막(LiBS)을 자체 원천기술로 만들었다.

1996년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시작으로 2006년 중대형 전기차 배터리 제조기술을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경험은 오늘날 SK온의 급속충전(SF) 배터리 개발로 이어졌다.

송재용 교수는 "최종현 선대회장 때부터 기업이 하는 R&D는 결국 사업화가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R&D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경영시스템을 잘 구축해왔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전형적 정유회사였던 SK이노베이션은 통합 R&D 기능을 중점적으로 수행하며, 신사업 개발에 주력하는 중간지주회사로의 성공적 전환을 이뤘다는 것이다.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은 R&BD 개념과 관련 "초기부터 철저히 사업적 관점에서 수익 창출까지 내다보는 R&D를 해왔기 때문에 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혁신적 R&D 추진과 지속적인 제도·시스템·문화 혁신을 통해 '올 타임 넷제로'(All Time Net Zero)를 완성하면서 그린 에너지 분야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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