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청소년들이 이른바 '민식이법 놀이'를 통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가운데 경찰청은 스쿨존 속도제한을 다음 달 1일부터 완화한다고 29일 밝혔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종일 예외 없이 시속 30㎞로 제한됐던 스쿨존에서 시속 50㎞까지 운전할 수 있게 된다. 단 어린이 보행자가 적은 밤 9시∼아침 7시까지만 이 규제가 적용된다.
반대로 현재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스쿨존에서는 등·하교 시간 시속 30㎞로 규제가 강화된다.
운전자들은 "탄력적인 제한속도 적용을 환영한다. 안전이 제일이지만 너무 지나친 감이 있었다"고 환영했다.
일부 운전자들은 "밤 9시는 너무 늦은 거 아닌가. 6시로 해야 퇴근 시간 차량 흐름이 더 원활해질 것",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주말(토요일/일요일)과 공휴일에도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의견을 냈다.
"스쿨존 30km로 달리며 조심하면 뭐 하나 아이들이 길에 드러누워 있는데"라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최근 서산에서 불거진 이른바 '민식이법 놀이'를 지목한 것이다.
위험천만한 '민식이법 놀이'를 하는 모습은 27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확산했다. 해당 사진에는 스쿨존 횡단보도와 도로 위에 드러누운 청소년들의 모습이 담겼다.
28일 교육 당국이 자체 조사한 결과, 해당 청소년들은 지역의 한 중학교 1학년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별 이유 없이 행동했다"는 해당 학생들을 상대로 교통안전 교육하고, 부모들에게도 관련 교육과 지도를 요청하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이들은 횡단보도 위에 누워 두 다리와 팔을 '대' 자로 뻗거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었다.
운전자들은 해당 게시글에 "스쿨존에서 운전자가 아무리 조심하면 뭐 하나", "저런 상황에서는 차가 아이들은 친다 해도 무죄가 내려져야 한다", "가정교육이 문제다"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스쿨존 내 '민식이법 놀이'와 관련해 도로교통법 상에서도 이를 제재할 뚜렷한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김민식(당시 9세) 군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생겨난 법이다. 스쿨존 내 안전 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상해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스쿨존에서 13살 미만 어린이를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하면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상해를 입히면 ‘1~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30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추가된 강화 대책으로 현재 전국 스쿨존 내 모든 도로의 자동차 통행 속도는 시속 30㎞ 이하로 규제되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인명사고를 낸 운전자를 가중처벌 하는 내용의 이른바 '민식이법'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헌재는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우리나라가 후진적인 차량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운행 제한 같은 운전자의 불이익보다 어린이의 안전한 생활 영위로 얻게 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반대의견을 낸 이은애 재판관은 어린이의 갑작스러운 도로 횡단이나 운전자의 가벼운 과실로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죄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지나친 형벌 강화는 '운이 없어서 처벌받게 됐다'는 부정적 인식의 확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