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개시 이후 국내에서 일본차(車) 불매운동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반일 감정이 격화하면서 온라인 중심으로 일본차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30일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보면 "이제 다시 '왜제차'(수입 일본차를 뜻하는 은어) 응징합니다" "중국도 불매운동을 시작했는데, 우리도 해야한다" "일본 불매운동을 다시금 확대하자"는 등의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러한 게시글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난 24일 이후 집중적으로 올라왔다. "세 자릿수 번호판 타고 다니는 일본차 차주님, 당신들은 토착 왜구와 다를 바 없다"거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화풀이 대상은 이제 당신들"이라는 등의 격앙된 반응이다.
앞자리가 세 자릿 수인 번호판은 2019년 하반기부터 적용됐다는 점을 미뤄 일본 불매운동(2019년) 이후 구입한 일본차를 구별하는 수단이 됐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다른 글에선 "어느 시점에서인지 일본 불매운동이 약해진 것 같다"며 "저부터 시작하고 실천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글에선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 불매운동을 거론하며 "우리도 해야하지 않겠나"라고 올렸다.
이 글들은 이용자들로부터 여러 '추천'을 받아 인기글에 올랐고 일부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다만 일부에선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 없다" "오염수와 일본기업 불매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수출 규제로 국내 기업을 공격한 2019년과는 다르다"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
일본차 브랜드들은 겨우 살아나고 있는 판매량에 오염수 불똥이 튈까 긴장하고 있다.
2018년(4만4232대) 한국 시장 판매량 정점을 찍은 일본차는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맞서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2019년 3만6661대로 4만대 밑으로 떨어졌고, 2020년에는 1만8236대로 반토막 나며 한국 시장에서 충격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닛산과 인피니티는 2020년 말을 기점으로 16년 만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복원되는 등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해빙되면서 일본차는 국내에서 판매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7월 국내에서 판매된 일본차는 총 1만324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9% 증가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특히 고급차 렉서스의 경우 판매량이 120%나 뛰었고 도요타도 32% 증가했다.
최근 중국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반일 감정이 거세지면서 외교적 충돌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일본산 자동차, 화장품 등 '불매 리스트'가 만들어져 공유되고 있다. 일본 단체여행 예약 취소 현상도 속출하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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