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청신호' 켜졌다

입력 2023-08-30 18:05   수정 2023-08-31 01:35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청신호가 켜졌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거부한 미국 금융당국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오면서다. 비트코인 가격과 코인거래소 주가는 급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연방항소법원은 29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인베스트먼트의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신청을 거부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결정을 재검토하라고 판결했다.

네오미 라오 판사는 “SEC가 비슷한 상품을 다르게 취급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만큼 SEC가 그레이스케일의 제안을 거부한 것은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레이스케일은 지난해 6월 자사의 비트코인 신탁(GBTC)을 ETF로 전환하겠다고 신청했으나 SEC는 이를 거부했다. 비트코인 시세 조작 등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선물 ETF와 다르게 취급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SEC는 2021년 10월 프로셰어즈의 비트코인 선물 ETF를 시작으로 발키리, 반에크 등에 출시 승인을 내줬다. 이는 선물 ETF는 현물 ETF에 비해 규제를 적용할 방법이 많고, 시장 조작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는 게 SEC의 설명이다.

비트코인 선물 ETF는 시카고상업거래소(CME)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가격을 추종한다. 비트코인 선물 거래는 특정 가격에 비트코인을 매매하는 ‘계약’을 사고파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시장 조작의 가능성이 작다는 주장이다. 또 거래소와 선물 딜러들은 당국 규제의 틀 안에서 거래해야 한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비트코인 시세가 직접 반영된다. 이 가격이 결정되는 비트코인 시장이 당국의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에 시장 조작에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비트코인업계는 선물 계약이 만료되면 새 선물 계약 ETF를 출시해야 하는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현물 ETF 승인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번 판결을 두고 그레이스케일은 “미국 투자자, 비트코인 생태계 그리고 ETF라는 추가 보호장치를 통한 비트코인의 저변 확대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기념비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SEC는 “다음 단계를 정하기 위해 법원 판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SEC가 대법원에 상고해 소송전을 이어가거나 그레이스케일의 신청을 승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면 암호화폐 시장에는 기관 자금이 다수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 6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신청이 거부되자 서류를 보완해 다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캐시 우드가 운영하는 아크인베스트먼트 등 다수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신청했다.

암호화폐 현물 가격과 관련 주가는 급등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은 한때 전 거래일보다 7% 이상 상승한 2만7900달러 선에 거래됐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가는 14.91% 오른 84.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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