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호국비 휘호와 비교되는 데 대해 "(홍 장군을) 박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것은 조금 그렇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은 남로당 가입과 반란 기도죄로 1심 재판에서 사형 구형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는데 박 전 대통령의 호국비가 육사에 있는 것은 온당하냐"고 지적하자 이같이 말했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남로당 좌익 활동을 했는데 그가 '내 생명 조국을 위해'라고 쓴 호국비가 육사에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 실장은 "박 전 대통령은 나중에 국군으로 왔다"며 "전향을 한 것과 끝까지 (공산주의자로) 그렇게 가신 분은 다르다"고 말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박 전 대통령이 공산당이었던 것은 맞다"며 "하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20년 이상 노력했고 우리나라를 빈곤의 수렁 속에서 지금의 경제 발전을 이뤄내는 데 가장 큰 공이 있으니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것이고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안보실이나 대통령실에서 어떻게 하라는 지침을 주거나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조 실장은 "홍범도 삶의 앞에 있었던 공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자유시 참변' 이후의 삶, 그것과 육사라는 특수한 생도들이 매일 경례하며 롤모델로 삼아야 할 분을 찾는 곳이라는 두 가지가 잘 맞겠느냐를 검토해 국방부가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자유시 참변'은 1921년 6월 러시아공산당 극동공화국 군대가 자유시의 독립군을 몰살시킨 사건이다. 국방부는 홍 장군이 이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조 실장은 전날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입장도 언급했다. 조 실장은 "(윤 대통령이) 어떻게 하자고 하진 않겠다. 다만 문제를 제기하고 한번 어떤 게 옳은 일인지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