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고 선언한 중부 아프리카 가봉의 군부가 알리 봉고 온딤바(64) 대통령을 체포해 가택 연금했다.
군 지도부는 30일(현지시간) 국영방송을 통해 "알리 봉고 대통령이 반역죄로 체포됐으며, 가족 및 의사들에 둘러싸인 채 가택 연금됐다"고 밝혔다.
또 군부는 대통령의 아들이자 고문인 누레딘 봉고 발렌틴과 그의 수석비서관 이언 기슬랭 응굴루, 집권 가봉민주당(PDG)의 고위 당직자 2명 등도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반역, 횡령, 부패, 대통령 서명 조작 등 혐의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봉고 대통령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음성 파일을 통해 자신이 군부에 의해 구금된 상태라고 확인하면서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했다.
그는 "나는 전 세계의 친구들에게 나와 내 가족을 구금한 사람들에 대한 대응을 요청한다"며 "나는 집에 있지만, 아내와 아들은 각각 다른 장소에 있다. 여기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앞서 가봉 군부는 이날 새벽 국영 방송을 통해 "모든 안보·국방력을 대표하는 우리가 권력을 장악했다. 가봉 공화국의 국가 기관을 해산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봉고 대통령의 3연임으로 결론 난 최근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가봉 수도 리브르빌에서는 수백명의 시민이 국가를 부르며 쿠데타 지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실업상태의 청년 줄스 레비귀(27)는 로이터 통신에 "기뻐서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거의 60년간 집권했던 봉고 일가가 실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인 욜란데 오코모는 "군부에 감사한다. 우리는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 외쳤다.
과거 가봉을 식민 통치했던 프랑스는 이번 쿠데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며, 자유롭고 투명한 선거에 대한 약속을 상기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봉고 대통령은 42년간 장기 집권한 아버지 오마르 봉고에 이어 2009년부터 14년간 가봉을 통치해 왔다. 2009년 아버지 오마르가 사망한 뒤 치른 대선에서 권좌에 올랐고 2016년 부정선거 등의 비판 속에 불과 5500여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국외에서 5개월간 요양하면서 한때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해외 체류 도중이던 2019년 1월에는 국내에서 소규모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으나, 이내 진압된 바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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