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연 87조원에 달하는 중국 뷰티시장 공략을 재개한다. 주력 브랜드 제품을 리뉴얼하고 4년만에 현지 유명인을 대거 불러 행사를 여는 등 올해만 수 백억원의 마케팅비를 책정했다.
LG생활건강을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은 중국 단체관광 재개 등 한중 관계 변화 가능성에 맞춰 대륙내 'K뷰티'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첫 출시 지역은 중국이다. 9월 중국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단계적으로 진출한다. 국내는 오는 10월 선보인다.
더후 천기단 리뉴얼과 함께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대규모 미디어아트 행사를 연다. 지난 30일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탱크 상하이 아트센터’에서 열린 행사 첫 날, 중국 유명 아이돌 가수인 판청청을 비롯해 현지 인플루언서(왕훙) 등 유명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LG생활건강이 중국에서 대규모 브랜드 행사를 개최한 건 2019년 이후 약 4년 만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침체됐던 화장품 사업의 반전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더후로 현지 럭셔리 시장을 공략하고, '숨 37℃' 등을 내세워 젊은 세대로 고객층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이 중국 지역에만 올해 약 400억원의 마케팅비를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보다 공격적으로 중국에 마케팅비를 투입해 시장 재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동안 '뷰티 빅2'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위험 요인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지목돼왔다. 두 업체 모두 중국 매출 비중이 전체의 10~20%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주요 도시 봉쇄 등으로 최근 수년간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중국 화장품 매출은 7770억원으로 전년대비 48.4% 급감했다. 아모레퍼시픽도 한때 중국 전역에 800여개에 달했던 '이니스프리' 가두점을 10여개 수준으로 축소한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그동안 중국 비중을 줄이기 위해 일본과 미국, 유럽으로 공략 지역을 다변화해왔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이 중국에서 대대적 마케팅을 재개한 것을 기점으로 K뷰티 업체들의 중국전략이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위험이 높다고 해도 거대한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춰 해외 사업 전략을 재설계하고 있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시장을 다시 공략하기 위해 소셜 커머스 플랫폼 등 새로운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설화수'와 '라네즈' 등을 앞세워 가두점보다는 뷰티 편집숍과 백화점, 온라인 시장을 파고들 계획이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4819억 위안(87조 4022억원)으로 전년비 16.4% 커졌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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