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상장 종목의 주가가 상장 첫날 공모가의 최대 4배까지 오를 수 있도록 제도가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난 현재, 상장일 주가 급등 현상을 보였던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주 열기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팩은 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서류상회사)로 상장 시점엔 실체가 없어 수급으로만 움직이는 주식이지만, 제도 변경 후 단기 차익을 노린 '단타족'에 의해 상장일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면서 그간 시장의 우려를 샀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를 개시한 한국제12호스팩은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26% 상승 마감했다. 장중 110%까지 치솟았다가 오름폭을 축소했다. 같은날 매매를 시작한 대신밸런스제15호스팩은 장중엔 52.55%까지 상승폭을 키웠지만, 종가 기준 1.75% 오르는 데 그쳤다.
제도 시행 초기 상장일 스팩 주가가 장중 200~300%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다. 올 6월 26일 공모주의 상장일 주가 변동폭이 기존 260%에서 400%로서 확대되는 내용의 제도 개편이 이뤄졌다. 가격 변동폭을 늘려 신규 상장 종목의 적정가격을 찾게 하겠단 취지의 개편이었다.
하지만 제도 변경 후 스팩의 예상치 못한 급등 현상이 벌어졌다. 첫 상장 주자였던 교보14호스팩(매매 개시일 7월 6일)이 장중 299%까지 폭등했고, 종가 기준으론 240.5% 상승했다. 그 다음날에도 장중 20.3%가량 더 올랐다. 이후 상장한 에스케이증권제9호스팩(7월 12일), 에스케이증권제9호스팩(7월 21일), 유안타제14호스팩(7월 27일), 에스케이증권제10호스팩(8월 11일) 모두 장중 각각 243%, 257.5% 193.5%, 184%까지 치솟았다. 올 1~6월 중 상장한 스팩(15개)의 상장일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4.5%(종가 기준) 상승한 반면, 7~8월 상장한 7개 스팩주의 평균 상승률은 72%에 달했다.
이들 7개 스팩주 모두 현재 2000원대로 내려와 공모가에 근접한 상태다. 이중엔 급등했다가 하루 이틀 만에 급락하면서 변동성을 키운 스팩도 있다. 껍데기에 불과한 스팩의 별다른 이유없는 상승이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제도 변경을 업은 스팩주가 '단타족'의 놀이터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27일 스팩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스팩은 합병을 위한 도구 역할만을 하며 합병 이전에는 공모가 수준의 가치만을 가진다"며 "높은 가격의 스팩에 투자할 경우 큰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스팩을 '가격제한폭 400%'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단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제도 변경 주체인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스팩을 해당 제도에서 빼는 방안 관련 추진하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상장일 스팩의 변동성은 여전히 크다고 지적한다. 금감원도 이 점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가격과 종가 기준으론 변동폭이 작다고 보여지지만, 여전히 장중으로 보면 급등락폭이 여전히 크다"면서도 "아직 제도 시행 2개월밖에 안된 만큼 당장 스팩을 '가격제한폭 400%'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것을 논의하는 건 섣부른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제도 개편 초기와 달리 현재 스팩 주가가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스팩 급등은 제도 변경 이전에도 나타났던 현상"이라며 "모니터링은 계속하겠지만, 제도 초기 적응 기간이 뒷따르는 점을 감안하면 시행 초기보다는 자리를 잡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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